사회현상 · 13 min read

AI 일자리 감소 전망 76%, 그런데 AI 우려는 18%인 한국

퓨 37개국 조사에서 한국은 AI 일자리 감소 전망 공동 1위인데 '주로 우려'는 18%다. 이 조합을 따져 본다.

버밀리온 듀오톤 동판화풍 19세기 항구 부두에서 항만 관리인이 먹구름 쪽으로 기압계를 들어 올리고, 사람들은 작은 구명보트 한 척을 둘러싼 채 차분히 각자의 민트빛 구명조끼를 꿰매는 팝아트 판화

AI 일자리 전망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관적인 나라에 속한다. 퓨 리서치센터의 37개국 조사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AI가 자국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답한 한국 성인은 76%로, 호주와 함께 가장 높았다(Pew Research Center, 2026.9.17). 그런데 일상에서 AI 사용이 늘어나는 것을 '주로 우려한다'는 한국인은 18%뿐이다. 37개국 중앙값 37%의 절반이다. 결과는 가장 비관하면서, 기술은 거의 가장 덜 두려워한다. 이 어긋남은 한국 사회가 AI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떠안고 있는지 보여 준다.

핵심 요약

  • 퓨 조사에서 한국은 AI 일자리 감소 전망 76%(공동 1위), 빈부 격차 확대 전망 54%(1위)였지만, '주로 우려' 응답은 18%로 37개국 중 셋째로 낮았다(퓨 리서치, 2026.9.17).
  • 실제 고용 자료의 해석은 갈린다. 한국은행은 2022년 6월~2026년 6월 줄어든 청년 일자리 28만 5천 개 중 94.0%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고 봤고(헤럴드경제, 2026.8), 국회예산정책처는 AI 노출도와 감소폭 사이의 관계를 찾지 못했다(국회예산정책처, 2026.9.18).
  • 만 19~39세 500명 조사에서는 76.8%가 첫 취업 기회가 줄 것이라 답했고 86.4%는 재교육 의향을 밝혔다(뉴스핌, 2026.10.20). 불안은 집단의 요구보다 개인의 준비로 먼저 옮겨 가고 있다.

청년 일자리의 첫 칸이 정말 줄고 있는지는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진다에서 먼저 다뤘다. 이 글은 그 불안이 한국에서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본다.

한국과 다른 나라는 어떻게 다른가

아래 표는 퓨 보고서의 차트 수치를 옮긴 것이다. 조사는 36개국 성인 4만 2,151명을 2026년 2월 8일~5월 13일에 조사한 자료에 미국 별도 조사를 더해 37개국이 됐다. 미국의 일자리·격차·우려 문항은 6월 22~28일(3,488명), 인지도 문항은 2월 17~23일(5,119명) 조사다.

문항(각국 성인 전체 응답) 한국 호주 미국 독일 일본 37개국 중앙값
앞으로 20년, AI가 일자리를 줄인다 76% 76% 71% 51% 49% 46%
일자리 영향을 잘 모르겠다 9% 9% 14% 22% 20% 25%
AI가 빈부 격차를 키운다 54% 52% 46% 32% 35% 28%
일상의 AI 사용, 주로 우려한다 18% 53% 52% 33% 30% 37%
우려와 기대가 같다 61% 36% 37% 55% 53% 41%
주로 기대한다 21% 12% 9% 12% 14% 13%
AI에 대해 많이 듣거나 읽었다 24% 53% 48% 55% 56% 31%

자료: 퓨 리서치 보고서 PDF, 2026.9.17. 나라 표기는 PRISM AGENDA가 골랐다.

호주와 미국은 일자리도 비관하고 기술도 우려한다. 이 두 나라의 답은 앞뒤가 맞는다. 독일과 일본은 일자리 비관이 중앙값 근처다. 한국만 두 열이 반대 방향으로 벌어져 있다. 퓨도 한국을 일자리 감소와 불평등을 가장 많이 예상하면서 '주로 우려'는 가장 적은 축에 드는 나라로 따로 언급했다.

76%·18%·24%, 세 숫자는 무엇을 말하나

76%: 소득 수준과 함께 움직인다. 퓨 분석에서 일자리 감소 전망은 1인당 국내총생산과 상관계수 0.60을 보였다. 고소득 18개국의 중앙값은 55%, 중간소득 18개국은 36%다(퓨 리서치, 2026.9.17). 다만 같은 고소득국인 일본은 49%다. 부유함만으로는 한국의 76%를 다 설명하지 못한다. 눈에 띄는 것은 '잘 모르겠다'의 9%다. 중앙값 25%의 3분의 1 수준으로, 한국인은 이 질문에 이미 답을 정해 두었다.

18%: 이 숫자는 낙관이 아니다. '주로 우려'가 낮은 자리를 채운 것은 기대가 아니라 '둘 다'다. 61%가 우려와 기대가 같다고 답했다. 이 응답은 싱가포르 61%, 태국 62%, 말레이시아 58%처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높다. 숫자만 보면 '주로 기대' 21%가 '주로 우려' 18%보다 많지만, 퓨는 기대가 우려보다 많은 나라로 이스라엘만 꼽았다. 3포인트 차이에 뜻을 얹기는 어렵다.

24%: 전망이 정보에서만 나오지는 않는다. 많이 들었다는 한국인은 24%로 중앙값 31%보다 낮다. 18~34세 56%, 35~49세 32%, 50세 이상 8%로 세대 차도 크다. 퓨 부록에서 이 48포인트 차이는 필리핀과 함께 스페인·그리스 다음으로 컸다. 또 한국에서 많이 들은 사람은 '주로 기대'가 34%로, 적게 들은 사람의 16%보다 두 배 많았다. 아는 사람이 더 기대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76%의 비관 상당 부분은 AI를 잘 아는 데서 나온 계산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일자리에 대해 원래 가진 감각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PRISM AGENDA의 해석이고, 조사가 직접 검증한 것은 아니다.

그 전망에 근거가 있나

전망이 틀렸다고 말할 수도, 맞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같은 나라 자료를 두고 공공 연구기관의 결론이 갈렸다.

한국은행 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2026년 6월까지 15~29세 일자리는 28만 5천 개 줄었고, 그중 26만 8천 개(94.0%)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 개 늘었으며 그중 17만 3천 개가 역시 고노출 업종이었다. 자동화 비중이 큰 업종일수록 청년 감소폭이 컸다(헤럴드경제, 2026.8). 다만 한은도 코로나19 뒤 고용 조정과 경력직 중심 채용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며 AI 탓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9월에 다른 답을 내놓았다. 화이트칼라 청년 고용이 다른 직종보다 빨리 줄어든 것은 맞지만, 그 안에서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더 줄었다는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 경기 변동으로 설명될 수 있어 인과를 단정하기 어렵고, 시차를 두고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은 남긴다고 적었다(국회예산정책처, 2026.9.18). 보도에 따르면 AI로 효율이 크게 오른 직업은 20대 채용이 약 9% 더 늘었다(SBS Biz, 2026.9.18). 두 분석의 업종·직업 분류가 다르므로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년 일자리의 첫 칸을 둘러싼 질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체감 조사도 층이 다르다. 대상이 모두 달라 수치를 서로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조사 대상(표본) 문항 수치 시점
뉴스핌·코리아정보리서치 만 19~39세 500명, ARS, 응답률 2.3%, ±4.4%p 첫 취업 기회가 줄어든다 76.8% 2026.10 보도
같은 조사 같은 500명 일자리가 위협받으면 재교육 받겠다 86.4% 2026.10 보도
한경협·모노리서치 재직·구직 만 19~34세 1,000명 5년 내 내 직무가 대체·축소될 가능성 높다 53.9% 2026.8 발표
같은 조사 같은 1,000명 AI 활용 격차로 뒤처질까 불안하다 53.6% 2026.8 발표
국회예산정책처 화이트칼라 57개 직업 재직자 1,512명 같은 직종 인력·채용 '변화 없다' 62.6% 2026.9 발간
같은 조사 같은 1,512명 같은 직종 인력·채용 '줄었다' 15.3% 2026.9 발간

나라 전체를 묻는 질문에서 비관이 가장 크고, 내 직무로 좁히면 절반 남짓, 지금 내 직종의 변화로 좁히면 15.3%로 내려간다. 표본이 달라 엄밀한 비교는 아니지만, 불안이 '지금 일어난 일'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더 많이 걸려 있다는 방향은 읽힌다.

내 처지에서는 무엇을 점검할까

표는 위 자료를 바탕으로 PRISM AGENDA가 제안하는 점검 항목이다. 검증된 처방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틀로 쓰면 된다.

처지 먼저 볼 것 묻지 않아도 되는 것
구직·신입 내가 지원하는 직무에서 AI가 업무를 대체하는지 보조하는지. 한은 분석에서 차이는 '자동화'와 '증강' 사이에서 갈렸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나' 같은 나라 단위 전망
재직 실무자 최근 1~2년 우리 팀 충원·신입 배치가 실제로 바뀌었는지 자격증 개수
기업 인사·관리자 초급 업무를 AI에 넘긴 뒤 신입이 판단을 배울 일이 남아 있는지 도입률 숫자
정책 담당자 국회예산정책처가 제안한 조기 관측 체계, 위험이 확인되면 청년·취약계층을 선별 지원하는 순서 불안 응답률 자체

인간에게 무엇이 달라지는가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과만 비관하면 사람은 기술을 멈추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가 먼저 익히려 한다. 재교육 의향 86.4%와 한경협 조사의 '뒤처질까 불안' 53.6%는 그런 심리와 잘 맞는다. 뉴스핌 조사에서 우선 정책으로 AI·디지털 교육 확대(20.4%)와 직업 전환 교육(18.8%)이 청년·신입 채용 지원(15.6%)보다 앞선 것도 같은 방향이다. 반면 한경협 조사에서 필요한 정책 1, 2위는 신규 채용 기업 지원(23.8%)과 초급 직무 경험 확대(23.7%)였다. 문항이 달라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해법을 어디에 둘지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이 구조에서 부담은 개인에게 쏠린다. 먼저 배운 사람과 그럴 시간이 없는 사람의 거리는 벌어진다. 한국이 빈부 격차 확대 전망 1위(54%)인 것도 그 예감으로 읽을 수 있다. 앞서 AI 양극화에서 다룬 걱정이 이미 다수의 예상이 된 셈이다. 세대 차도 크다. AI 정보를 많이 접한 비율이 18~34세 56%, 50세 이상 8%라면, 일자리 충격이 가장 먼저 닿을 수 있는 쪽과 조직의 결정권을 가진 쪽이 서로 다른 정보 환경에 있을 수 있다.

반론과 불확실성

첫째, 나라 간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문항은 번역됐고 조사 방식도 나라마다 다르다. '둘 다'를 고르는 응답 습관이 나라마다 다를 수 있어서, 한국의 18%와 호주의 53%를 곧바로 감정의 차이로 읽으면 안 된다. 둘째, 퓨는 한국이 왜 이런 조합을 보이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주윤정 부산대 교수는 AI 산업의 경제 성과에 주목할수록 기술의 위험을 작게 보게 될 수 있고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고 짚었지만(한국일보, 2026.10), 이것도 해석이다. EY의 23개국 조사에서 최근 6개월 AI 사용 경험이 한국 86%(1,000명), 전체 84%로(아시아경제, 2026.5.6) 큰 차이가 없는 점을 보면, '많이 써서 익숙하다'는 설명만으로도 부족하다. 셋째, 20년 뒤를 묻는 질문은 현재 고용을 측정하지 않는다. 전망이 높다고 실제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일자리의 수와 일의 내용은 맥킨지 2035 보고서가 지적했듯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넷째, 뉴스핌 조사는 응답률 2.3%의 ARS 조사이므로 수치를 정밀한 값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PRISM AGENDA의 시각

우리는 76%보다 18%가 더 중요한 숫자라고 본다. 기술을 겁내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소식일 수 있다. 호주나 미국처럼 기술 자체를 경계하는 분위기보다 배우고 쓰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 믿으면서 멈출 이유도, 물어볼 상대도 없다고 느끼는 사회라면, 사람들은 각자 구명조끼를 꿰매기 시작한다. 지금 한국의 풍경이 그쪽에 가깝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우리는 불안을 줄이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한은과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이 갈리는 지금은 어느 쪽도 확신할 근거가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안심시키는 말이 아니라 측정이다. 청년 채용, 초급 업무, 경력 진입 경로를 어떤 분류로 추적할지 공개된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 그 숫자가 생겨야 개인의 준비가 어디까지이고 기업과 국가의 몫이 어디부터인지 따질 수 있다. 재교육 의향 86.4%는 사회의 자산이다. 그 의지를 혼자 알아서 하라는 말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일자리 충격이 실제로 확인되는 시점에, 준비가 된 개인과 준비할 시간이 없던 개인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