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 · 10 min read

AI 챗봇에 피해를 털어놓는 10대: 교사·경찰보다 많았다

호주 16~18세 조사에서 온라인 성범죄 피해 청소년 18.7%가 AI 챗봇에 털어놨다. 고백을 받은 AI는 무엇을 해야 하나.

벽돌빛 붉은 듀오톤 동판화풍 옛 침실에서 한 소년이 침대 끝에 앉아 시안색으로 빛나는 스마트폰에 속삭이고, 열린 문 너머 복도에는 교사·경찰·의사·어머니가 작게 멀리 서 있는 팝아트 판화

핵심 요약

  • 호주 애들레이드대가 16~18세 약 2,000명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 성범죄 피해를 겪은 청소년의 18.7%가 AI 챗봇에 그 일을 털어놨다. 교사·의사·상담사·경찰·상담전화에 알린 비율은 13.2%였다(애들레이드대, 2026.10.19).
  • 같은 조사에서 성적 이미지의 무단 공유 사례 26%에 AI가 쓰였다. AI가 피해를 만드는 도구이자, 피해를 들어 주는 상대가 된 셈이다.
  • 그러나 고백을 받은 AI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호주의 새 AI 규칙도 신고 기능만 요구할 뿐, 피해 고백을 도움으로 연결할 의무는 두지 않았다(ABC, 2026.7.7).

가장 말하기 어려운 일을 처음 듣는 상대가 사람이 아닌 경우가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 성적 피해를 입은 10대가 담임교사나 경찰보다 AI 챗봇에 먼저, 더 많이 털어놓는다는 조사가 10월 학술지에 실렸다. 청소년의 챗봇 대화를 부모가 읽어야 하는지에 이어지는 질문이다. 아이가 이미 AI에게 말했다면, 그 고백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애들레이드대 조사는 무엇을 확인했나

호주 애들레이드대 티모시 큐빗 부교수 연구팀은 국제실종착취아동센터 호주지부(ICMEC Australia), 호주연방경찰 산하 아동착취대응센터와 함께 2026년 초 16~18세 호주인 약 2,000명(ABC 보도 기준 1,894명)을 조사했다. 결과는 학술지 「아동 학대와 방임(Child Abuse & Neglect)」에 실렸고, 대학은 10월 19일 발표문을 냈다. 주요 수치는 7월에 먼저 공개된 바 있다(InDaily, 2026.7.7).

이 글에서 '온라인 성범죄 피해'는 성적 이미지의 무단 공유나 합성 이미지 제작처럼 온라인에서 미성년자에게 가해진 성적 피해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수치마다 분모가 다르므로 표로 나눠 본다.

항목 대상(분모) 수치 출처
AI 챗봇에 피해를 털어놓은 비율 피해 경험 청소년(하위 집단) 18.7% 애들레이드대 2026.10
교사·의사·상담사·경찰·상담전화에 알린 비율 피해 경험 청소년(하위 집단) 13.2% 애들레이드대 2026.10
친구에게 알린 비율 피해 경험 청소년(하위 집단) 66% ABC 2026.7
부모에게 알린 비율 피해 경험 청소년(하위 집단) 43% ABC 2026.7
온라인 성범죄 피해 경험 응답자 전체(약 1,900명) 15%(여 19%, 남 11%) ABC 2026.7
무단 공유 사례 중 AI가 쓰인 비율 성적 이미지 무단 공유 사례 26% 애들레이드대 2026.10
AI가 쓰인 피해의 비율 남학생 피해 사례 / 여학생 피해 사례 27% / 9% ABC 2026.7
매주 AI에 개인적 삶의 조언을 구함 응답자 전체 36.6% 애들레이드대 2026.10

7월 ABC 보도는 공식 창구를 묶는 범위가 달라 15%로 적었지만, AI 챗봇이 공식 창구보다 앞선다는 결론은 같다. 대학은 피해자의 3분의 1 이상이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I에게만 말했거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청소년은 왜 사람보다 AI에게 먼저 말하나

연구팀은 이유를 직접 묻지 않았다. 다만 응답자 셋 중 한 명 이상이 매주 AI에게 삶의 조언을 구한다. 늘 쓰는 상담 창구에 가장 무거운 이야기도 흘러드는 것이다. 사미어 힌두자·저스틴 패친의 미국 13~17세 3,466명 조사에서 챗봇을 써 본 10대는 60.2%였고, 이용자의 49.2%가 정서적 지지나 정신건강을 위해 썼다(Cyberbullying Research Center, 2026.5).

성범죄 피해는 그 위에 수치심과 두려움이 겹친다. 사람에게 말하면 소문이 날지, 경찰 조사로 이어질지를 계산해야 한다. 챗봇은 판단하는 얼굴이 없고, 새벽 세 시에도 답한다. 큐빗 부교수는 이 변화를 "지진 같은 변화"라고 불렀다. 피해가 친구 무리 안에서 몰려 일어난다는 결과도 있다. 가해자와 목격자가 같은 반 친구일 수 있으니,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말하기 어려워진다.

고백을 받은 AI에는 어떤 의무가 있나

지금은 거의 없다. 큐빗 부교수는 AI 회사가 아동 학대 관련 질문을 전문 기관으로 연결하도록 요구하는 법이 없다고 지적하며, 전화번호 하나를 띄우는 것으로는 플랫폼의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InDaily). 호주 온라인안전위원회(eSafety)가 2026년 초 시행한 AI 서비스 규칙은 이용자가 해로운 내용을 신고할 수단을 마련하라고 요구하지만, 서비스에 털어놓은 피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는 정하지 않았다. ABC가 주요 AI 회사 두 곳에 피해 고백 처리 방식을 물었지만 마감 전 답은 없었다(ABC).

챗봇이 늘 안전한 상대인 것도 아니다. 앞의 미국 조사에서 챗봇 이용 10대의 47.1%가 13개 유형의 위험한 상호작용 가운데 하나 이상을 겪었고, 14.4%는 비밀을 털어놓으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답했다. 앞서 살핀 챗GPT 청소년 버전 위험 평가에서도 위기 대화 중 부모 알림은 울리지 않았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5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원받은 피해자 1만 637명 중 10·20대가 77.6%였고, 딥페이크 같은 합성·편집 피해는 16.8% 늘었다. 합성·편집 피해자의 91.2%가 10·20대였다(서울경제, 2026.4.16). 국내 청소년이 피해를 처음 누구에게 말하는지를 잰 조사는 아직 찾기 어렵다.

아이가 AI에게 먼저 말했다면, 누가 무엇을 해야 하나

연구팀은 세 가지를 권고했다. 아이들이 이미 도움을 구하는 AI 도구 안에 신고 경로를 만들 것, 친구 무리를 단위로 예방할 것, 남학생처럼 전통적 위험군 밖까지 닿을 것. 힌두자·패친의 권고까지 묶어 상황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누가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야 할 것 근거
부모 "왜 진작 말 안 했어"라는 추궁 말해 준 것에 고마워하고 지금 안전한지 확인, 이미지·메시지는 지우지 말고 보관 힌두자·패친 권고
교사·학교 피해 학생 한 명만 따로 다루기 친구 무리 단위 예방 교육, 상담 교사가 챗봇 이용을 묻기 애들레이드대·힌두자·패친 권고
AI 회사 상담전화 번호만 띄우고 대화 종료 안전 확인 → 증거 보존 안내 → 아이가 원하는 기관 연결 큐빗·개넌 발언(ABC·InDaily)
정부·규제 기관 신고 버튼 의무만으로 끝내기 미성년자 피해 고백 응답 기준과 독립 점검 연구팀 권고, eSafety 규칙의 빈칸

한국에서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나 경찰(112)에 상의할 수 있다. ICMEC 호주지부의 콜름 개넌 대표는 챗봇이 고백을 받고 잊어버리는 데서 멈추지 말고, 아이가 편하게 느끼는 방식으로 기관에 이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ABC).

인간에게 무엇이 달라지는가

첫째, 도움을 청하는 첫 문장이 사람에게 닿지 않는다. 지금까지 아동 보호 체계는 아이가 누군가에게 말하면 그 어른이 신고하고 연결하는 구조였다. 교사·의사·상담사에게 신고 의무를 지운 것도 그래서다. 첫 고백을 AI가 받으면 이 고리의 첫 마디가 빠진다.

둘째, 어른의 역할이 '첫 청자'에서 '두 번째 청자'로 바뀐다. 아이가 이미 AI에게 말한 뒤 어른에게 오는 경우가 늘 것이다. AI에게 먼저 말한 선택을 탓하지 않는 어른이어야 두 번째 고백을 들을 수 있다.

셋째, 전체 피해는 여학생이 많지만 AI가 쓰인 피해에서는 남학생 비율이 훨씬 높았다. 남학생도 보호 대상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이 수치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한계도 분명하다. 호주 16~18세만 대상으로 한 자기 보고식 조사이고, 18.7%는 피해자 하위 집단의 비율이라 표본이 수백 명 규모로 작아진다. AI에게 말한 것이 나쁜 일인지도 단정할 수 없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 있고, 사람에게 말할 용기를 줄 수도 있다. 이번 조사로는 AI에게 말한 뒤 실제로 도움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연구팀이 AI를 막자고 하지 않고 AI 안에 신고 경로를 만들자고 권한 이유다.

PRISM AGENDA의 시각

우리는 이 조사를 'AI가 위험하다'는 경고보다 '어른의 창구가 신뢰를 잃었다'는 신호로 읽는다. 아이들이 교사와 경찰보다 AI를 고른 것은 AI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말했을 때 벌어질 일이 더 두려웠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해법도 둘이어야 한다.

하나는 AI 쪽이다. 위 표의 안전 확인·증거 보존·기관 연결은 회사의 선의에 맡길 일이 아니라 규칙으로 정할 일이다. 한국에서도 AI 기본법 하위 규정과 청소년 보호 제도를 다듬을 때 '피해 고백 응답 기준'을 넣을 것을 제안한다.

다른 하나는 사람 쪽이다. AI가 아무리 잘 연결해도 결국 도움은 사람이 준다. 아이가 AI에게 먼저 말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어른에게 이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AI에게 한 고백이 누구의 것인지 묻던 질문은 이제 더 무거워졌다. 그 고백이 기록으로만 남지 않고 도움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 아동 보호의 첫 과제다.

다음 질문

  • 한국 청소년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처음 누구에게 말하는가. 같은 방식의 국내 조사가 필요하다.
  • 챗봇에 모의 피해 고백을 입력했을 때 각 서비스는 어떻게 응답하는가. 독립 점검이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