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산업 지도 2026: 누가 무엇을 만들고 있나
HBM 점유율 83%, AI 칩 스타트업 매출 504억 원, 국민 AI 앱 상위 3개는 모두 해외산. 한국 AI 산업을 다섯 층으로 읽는다.

핵심 요약
- 2026년 2분기 세계 HBM 매출의 83%를 SK하이닉스(50%)와 삼성전자(33%)가 가져갔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6.9). 반면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6곳의 2025년 매출 합계는 504억 원이었다(넘버스, 2026.5).
- 쓰는 쪽은 두껍다. 2026년 4월 챗GPT 앱의 국내 월간 사용자는 2,345만 명이었다. 다만 상위 3개 앱(챗GPT·제미나이·클로드)은 모두 해외 서비스다(와이즈앱·리테일, 2026.5).
- 이 글의 관점: 한국 AI 산업은 모래시계 모양이다. 맨 아래(메모리)와 맨 위(사용자)가 두껍고 가운데(AI 칩·컴퓨팅·모델·서비스)가 얇다. 2027년 과기정통부 AI 예산 9조4,211억 원은 그 허리를 메우려는 돈이다.
한국 AI 산업을 설명하는 말은 두 가지가 동시에 돈다. 하나는 "AI 반도체 강국"이고, 다른 하나는 "쓸 만한 국산 AI가 없다"다. 둘 다 사실이다. 국회가 추석 연휴 뒤 2027년 예산 심사에 들어갔고, 그 안에 역대 최대의 AI 예산이 있다(머니투데이, 2026.9.27).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 읽으려면 먼저 지도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누가 AI의 어느 부분을 만들고 있는가.
무슨 일이 있었나: 다섯 층으로 본 지도
AI 산업은 층으로 나눠 보면 읽기 쉽다. 맨 아래에 칩이 있고, 그 위에 칩을 모아 놓은 컴퓨팅 시설이 있고, 그 위에서 모델이 학습되고, 모델 위에 서비스가 얹히고, 맨 위에서 사람과 기업이 쓴다. 층마다 공개된 숫자를 모았다.
1층, 반도체. 한국이 가장 강한 층이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AI 가속기 옆에 붙어 데이터를 빠르게 넘겨주는 메모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로 2026년 2분기 HBM 매출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3%, 마이크론 18%였다(SBS Biz, 2026.9.3). 삼성전자는 1분기 21%에서 12%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같은 층 안에서도 연산을 맡는 AI 칩은 사정이 다르다. 넘버스가 감사보고서를 모은 결과 2025년 매출은 리벨리온 320억 원, 퓨리오사AI 57억 원, 보스반도체 39억 원, 딥엑스 33억 원, 디노티시아 33억 원, 하이퍼엑셀 22억 원으로 6곳 합계 504억 원이었다(넘버스, 2026.5.6). 같은 기사는 용역 매출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스반도체는 매출 전액이 용역이었고, 퓨리오사AI는 서비스 매출이 22억 원이었다.
2층, 컴퓨팅. 정부가 직접 짓는 층이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삼성SDS 컨소시엄(네이버클라우드·카카오·KT·삼성전자·삼성물산)이 사업자로 뽑혔고, 공공 1,160억 원과 민간 2,840억 원을 합친 4,000억 원을 출자해 전남에 짓는다. 2028년까지 GPU 1만5,000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데일리안, 2026.5.11). 2027년 예산안에는 엔비디아 차세대 '베라 루빈'급 GPU 1만 장 확보에 3조8,500억 원이 잡혔다(아이뉴스24, 2026.9.1). 이 층의 칩은 거의 전부 수입품이다.
3층, 모델. 스탠퍼드 AI 인덱스 2026에서 한국은 '주목할 만한 AI 모델' 5개로 미국(50개), 중국(30개)에 이어 3위였고,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는 14.31건으로 1위였다(MTN뉴스, 2026.4.14). 순위는 3위지만 1·2위와의 거리가 멀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SK텔레콤·업스테이지·LG AI연구원 3팀이 남았고, 자세한 내용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글에서 다뤘다.
4층, 서비스. 사람들이 실제로 여는 앱이다. 와이즈앱·리테일 추정으로 2026년 4월 국내 생성형 AI 앱 사용자는 챗GPT 2,345만 명, 제미나이 845만 명, 클로드 241만 명 순이었다(AI매터스, 2026.5.20). 상위 3개가 모두 해외 서비스다.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 국산 AI 서비스를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모두의 AI' 사업 2,500억 원을 새로 넣었다.
5층, 도입. AWS가 의뢰한 스트랜드 파트너스 조사에서 국내 기업의 AI 활용률은 58%로 1년 전 48%에서 올랐다. 공식 AI 전략을 가진 기업은 27%였다(벤처스퀘어, 2026.9.14). 클라우드 회사가 의뢰한 조사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 지표 | 대상·분모 | 수치 | 시점 | 출처 |
|---|---|---|---|---|
| HBM 점유율(한국 2사 합) | 세계 HBM 매출 | 83%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3) | 2026년 2분기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
| AI 반도체 스타트업 매출 | 국내 6개사 감사보고서 합계 | 504억 원 | 2025년 | 넘버스 |
| 국가 AI 컴퓨팅센터 GPU | 센터 1곳 목표치 | 1만5,000장 | 2028년까지 | 과기정통부(데일리안 보도) |
| 주목할 만한 AI 모델 | 국가별 출시 수 | 한국 5, 미국 50, 중국 30 | 2025년 | 스탠퍼드 AI 인덱스 2026 |
| 챗GPT 앱 월간 사용자 |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표본 기반 추정) | 2,345만 명 | 2026년 4월 | 와이즈앱·리테일 |
| 기업 AI 활용률 | 국내 기업 리더 1,000명 응답 | 58% (전년 48%) | 2026년 | AWS·스트랜드 파트너스 |
| 공식 AI 전략 보유 | 위와 같은 조사 | 27% | 2026년 | AWS·스트랜드 파트너스 |
한국 AI 산업 5층 지도
위 숫자를 한 장으로 줄이면 아래 표가 된다. 층 구분과 '두께' 판정은 공개 수치에 근거한 이 블로그의 분류다.
| 층 (PRISM AGENDA 제안) | 정의 | 주요 주자 | 관찰 지표 | 두께 판정 | 한계 |
|---|---|---|---|---|---|
| 1. 반도체 | AI 연산에 들어가는 칩 | 메모리: SK하이닉스·삼성전자 / AI 칩: 리벨리온·퓨리오사AI 등 | HBM 점유율, AI 칩 제품 매출 | 메모리는 세계 1위, AI 칩은 초기 | 점유율은 분기마다 바뀐다 |
| 2. 컴퓨팅 | 칩을 모아 빌려주는 시설 | 삼성SDS·네이버클라우드·KT, 국가 AI 컴퓨팅센터 | GPU 보유량, 가동 시점 | 짓는 중 | 계획 수치와 실제 가동은 다르다 |
| 3. 모델 | 처음부터 학습한 대규모 AI | SK텔레콤·업스테이지·LG AI연구원·네이버 | 주목할 만한 모델 수, 독립 평가 점수 | 3위, 단 선두와 큰 격차 | 모델 수는 품질을 말해 주지 않는다 |
| 4. 서비스 | 사람이 직접 여는 앱 | 통신사·포털·스타트업 | 월간 사용자, 유료 전환 | 얇음(상위 3개 해외) | 앱 밖(기업용·내장형) 사용은 잡히지 않는다 |
| 5. 도입 | AI를 쓰는 사람과 기업 | 전 산업 | 활용률, AI 전략 보유율 | 넓지만 얕음 | 설문은 '쓴다'의 기준이 느슨하다 |
그림으로 그리면 모래시계다. 바닥(메모리)은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쥐고 있고, 꼭대기(사용자)는 국민 절반 가까이가 한 앱을 쓸 만큼 넓다. 그 사이, 연산 칩과 컴퓨팅과 모델과 서비스는 얇다. 한국은 AI의 부품을 팔고 AI의 완제품을 사 온다.
왜 중요한가: 허리가 얇으면 생기는 일
돈이 한 층에서만 돈다. HBM 호황은 실적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AI 메모리 대란 글에서 봤듯 메모리는 값이 오르내리는 폭이 큰 부품이다. 수요를 결정하는 쪽은 메모리를 사 가는 해외 AI 가속기 회사와 수백조 원을 설비에 쓰는 빅테크다. 바닥이 두꺼워도 주문서는 바깥에서 온다.
위층의 돈은 바깥으로 나간다. 2,345만 명이 쓰는 앱의 구독료와 기업이 내는 모델 사용료는 해외 회사의 매출이다. 한국은 메모리를 팔아 번 돈의 일부로 그 메모리가 들어간 AI를 다시 사서 쓴다. 허리가 얇다는 것은 이 왕복에서 국내에 남는 몫이 적다는 뜻이다.
예산은 허리를 겨냥한다. 2027년 과기정통부 AI 예산은 9조4,211억 원으로 전년보다 84.3% 늘었고 정부 전체 AI 예산의 57%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최상위 AI 모델·기술 확보'가 5조5,937억 원, 'AI 서비스·활용'이 1조8,611억 원이다(아이뉴스24, 2026.9.1). 단순 계산으로 모델·GPU 쪽이 약 59%, 활용 쪽이 약 20%다. 디지털데일리는 인프라에 큰돈이 가는 데 비해 산업 현장 적용 예산은 사업당 수십억 원대인 것이 많다고 짚었고, 한 AI 기업 대표의 "지역·산업 쪽 예산이 조금 더 컸으면 좋았겠다"는 말을 전했다(디지털데일리, 2026.9.3).
즉 정부의 답은 2층과 3층을 돈으로 메우는 것이다. 문제는 그 GPU가 수입품이라는 점이다. 3조8,500억 원의 상당 부분은 다시 해외 칩 회사로 간다. 허리를 메우는 돈조차 바닥과 바깥을 거쳐 돈다.
인간에게 무엇이 달라지는가
일자리가 생기는 층이 좁다. 가장 돈을 많이 버는 1층은 설비가 일하는 산업이다. 공장을 늘려도 채용이 같은 비율로 늘지 않는다. 사람을 많이 쓰는 층은 서비스와 도입, 즉 4층과 5층인데 4층의 큰 회사들은 해외에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AI로 생기는 일은 "AI를 만드는 일"보다 "AI를 들여와 현장에 맞추는 일"에 몰린다. AI 시대 신입 취업 글에서 첫 경력의 자리를 물었는데, 지도로 보면 그 자리는 모델 회사보다 병원·공장·은행에서 AI를 붙이는 쪽에 더 많이 열린다.
내가 쓰는 AI의 규칙을 바깥에서 정한다. 요금, 사용량 한도, 대화 기록의 보관 방식은 서비스 회사가 정한다. 그 회사가 해외에 있으면 한국 사용자는 정책이 바뀔 때 따르는 수밖에 없다. 국산 대안이 있다는 것은 애국의 문제가 아니라 협상력의 문제다. 갈아탈 곳이 있어야 값과 조건을 따질 수 있다.
작은 회사는 쓰는 법에서 갈린다. AWS 의뢰 조사에서 AI를 고도화 단계로 쓰는 비율은 스타트업 35%, 중소기업 25%, 대기업 9%로 집계됐다. 표본과 정의의 한계가 있지만, 조직이 작을수록 빨리 바꾼다는 방향은 읽힌다. 삼성전자 AI 전일제 환산 글에서 본 대기업의 계산과 달리, 작은 회사에서 AI는 사람 수를 재는 도구가 아니라 없는 사람을 대신하는 도구다. 5층은 넓지만 깊이가 고르지 않다.
세금의 쓰임새를 물을 수 있게 된다. 9조 원대 예산은 시민 한 사람이 체감하기 어려운 숫자다. 지도가 있으면 질문이 구체적으로 바뀐다. 이 돈은 몇 층에 쓰이는가. 그 층에서 번 돈은 국내에 남는가. 모두의 AI 2,500억 원으로 만든 서비스를 실제로 몇 명이 쓰는가.
반론과 불확실성
첫째, 모래시계가 꼭 약점은 아니다. 대만은 파운드리 한 층으로, 네덜란드는 노광 장비 한 층으로 세계 공급망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자리를 얻었다. 모든 층을 다 가진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이다. 한 층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얇게 다 갖는 것보다 나은 전략일 수 있다.
둘째, 4층이 얇다는 판정은 앱 통계에 기대고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통신사 통화 비서, 가전과 자동차에 내장된 AI는 앱 사용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국산 서비스의 실제 두께는 이 표보다 클 수 있다.
셋째, AI 칩 스타트업의 504억 원은 2025년 숫자다. 리벨리온의 매출은 1년 새 3.1배로 늘었다. 초기 산업은 작은 숫자에서 빠르게 자란다. 다만 그 성장이 용역이 아닌 제품 판매에서 나오는지는 2026년 감사보고서가 나와야 확인된다.
넷째, 도입률 58%는 클라우드 회사가 의뢰한 설문이다. 독립 통계가 나오면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PRISM AGENDA의 시각
나는 한국 AI 산업의 과제를 "허리를 다 메우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모든 층에서 세계 수준이 되려는 계획은 예산이 아무리 커도 실패한다. 대신 허리에서 한 층만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본다. 내 선택은 4층과 5층이 만나는 자리, 곧 제조·의료·금융 현장에 AI를 맞춰 넣는 일이다. 한국에는 공장과 병원과 반도체 라인이라는 현장이 있고, 그 현장의 데이터는 해외 모델 회사가 갖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예산 심사에서 물어야 할 것은 GPU 몇 장이 아니다. 그 GPU 위에서 돌아갈 일감이 국내에 있는가다. 장비를 사는 돈은 한 번 쓰면 바깥으로 나가지만, 현장에 쌓인 적용 경험은 안에 남는다. 지금 예산표는 모델·GPU에 59%, 활용에 20%다. 나는 이 비율이 3년 안에 뒤집혀야 한다고 본다. 메모리로 번 돈이 사람의 일로 바뀌는 통로는 허리의 위쪽에 있다.
자주 묻는 질문
한국 AI 산업은 세계 몇 위 수준인가? 층마다 다르다. HBM 메모리는 2026년 2분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세계 매출의 83%를 차지해 1위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스탠퍼드 AI 인덱스 2026 기준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는 5개로 3위지만 미국 50개, 중국 30개와 차이가 크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생성형 AI 앱 상위 3개는 모두 해외 서비스다.
한국의 AI 반도체 기업은 어디가 있나? 메모리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을 만든다. 연산용 AI 칩(NPU)에서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딥엑스, 하이퍼엑셀, 디노티시아, 보스반도체 등이 있다. 2025년 이 6곳의 매출 합계는 504억 원이었고 리벨리온이 320억 원으로 가장 컸다(넘버스 집계).
2027년 정부 AI 예산은 얼마이고 어디에 쓰이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안 기준 9조4,211억 원으로 전년보다 84.3% 늘었다. 최상위 AI 모델·기술 확보에 5조5,937억 원(그중 GPU 확보 3조8,500억 원), AI 서비스·활용에 1조8,611억 원이 배정됐다. 국회 심사는 12월 초까지 이어지므로 최종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다음 질문
- 현장에 AI를 맞춰 넣는 회사는 누구이고, 그곳의 일자리는 어떤 모습인가.
- 국가 AI 컴퓨팅센터의 GPU 1만5,000장은 누가 얼마에 쓰게 되나.
- AI 데이터센터 전력난 글에서 본 전기 문제는 전남의 새 센터에서 어떻게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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