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 · 12 min read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한국은 왜 자기 AI를 만드나

국가대표 AI가 3파전으로 좁혀지고 내년 정부 AI 예산은 9.4조 원이다. 이 돈이 시민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따진다.

스칼렛 레드 듀오톤 동판화풍 옛 공방에서 장인들이 톱니바퀴 자동인형을 조립하고 한 사람이 상자의 금화를 화로에 쏟는 가운데 창밖 도시 너머로 황금빛 거대 외국 자동인형 셋이 서 있는 팝아트 판화

핵심 요약

  •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8월 2차 평가에서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탈락하며 SK텔레콤(70.6점)·업스테이지(69.9점)·LG AI연구원(69.0점)의 3파전이 됐다. 내년 초 3차 평가에서 최종 2팀을 고른다(과기정통부, 2026년 8월).
  • 2027년 과기정통부 예산안의 AI 예산은 9조4211억 원으로 84.3% 늘었고, 최고 수준 AI 모델·기술 확보 분야는 2조6146억 원에서 5조5937억 원으로 두 배가 넘게 커졌다. 국회 심사는 12월 초까지 이어진다.
  • 세계적으로도 흐름은 같다. 미국 싱크탱크 CNAS는 소버린 AI 사업 184건을 추적했고, 그중 32%가 모델 개발 사업이지만 60% 이상이 외국 협력사를 두고 있었다(CNAS, 2026년 8월).

지난 7월 한국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장 많이 쓴 AI 챗봇은 챗GPT였고, 월간 이용자는 2,367만 명이었다. 같은 달 SK텔레콤의 에이닷은 115만 명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이미 미국 AI로 묻고 답을 듣는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에 AI에만 9조 원이 넘는 돈을 쓰고, 그중 상당 부분을 한국 기업이 만든 AI 모델에 걸려 한다.

빅테크 AI 투자를 국가 예산과 비교한 글에서 우리는 몇몇 기업의 투자가 웬만한 나라의 예산을 넘는 것을 봤다. 이 글은 그 반대편, 나라가 세금으로 자기 AI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와 그 돈이 시민에게 무엇을 남기는지를 다룬다.

무슨 일이 있었나: 국가대표 AI가 셋으로 줄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해외 모델을 빌려 고치지 않고 국내 기업이 처음부터 학습시킨 대규모 AI 모델을 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 8월 정예팀 5곳을 뽑아 이 사업을 시작했고, 반기마다 평가해 팀을 줄여 왔다. 흔히 ‘독파모’, ’국가대표 AI’로 불린다.

8월 18일 발표된 2차 평가에서 4개 팀 가운데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탈락했다. 과기정통부 브리핑에 따르면 평가는 벤치마크 40점, 전문가 평가 35점, 사용자 평가 25점으로 이뤄졌고, 이번에는 일반 국민 185명이 사용자 평가에 처음 참여했다. 파이낸셜뉴스는 모티프가 글로벌 성능 평가에서는 국내 팀 중 가장 높았지만 사용성과 활용성 평가를 넘지 못했다고 전했다. 세부 점수는 8월 27일 공개됐다.

팀 총점(100점) AAII 벤치마크(25점) NIA 벤치마크(15점) 전문가(35점, 10명) 전문 사용자(15점, 49명) 일반 국민(10점, 185명) 결과
SK텔레콤 70.6 8.8 13.4 29.3 11.6 7.5 3차 진출
업스테이지 69.9 9.4 13.3 29.1 10.8 7.3 3차 진출
LG AI연구원 69.0 7.8 12.8 29.5 11.3 7.6 3차 진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65.8 11.9 12.7 27.1 8.4 5.7 탈락

출처: 과기정통부 2차 단계평가 상세 공개(2026년 8월 27일, 뉴스핌 보도). 괄호 안은 배점과 평가 인원.

정부는 성과도 내세웠다. 4개 팀 모델 모두 미국 연구기관 에포크 AI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올랐고, 평가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지능 지수(AAII)에서 모두 31점 이상을 받았다는 것이다(정부 측 발표). 동시에 류제명 과기정통부 차관은 프런티어 기업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하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768장이던 엔비디아 B200 지원은 약 1,000장으로 늘린다. 세계 최상위 모델과의 격차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리고 9월 1일 예산안이 나왔다. 과기정통부 2027년 예산안은 29조6476억 원으로 역대 최대이고, AI 예산은 9조4211억 원으로 84.3% 늘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따르면 ‘최고 수준 AI 모델·기술 확보’ 분야는 2조6146억 원에서 5조5937억 원으로 커졌다. 그중 3조8500억 원은 엔비디아 베라 루빈급 최신 GPU 약 1만 장을 확보하는 데 쓰인다. 머니투데이 9월 27일 보도대로 이 예산은 이제 국회로 넘어가 두 달간 심사를 받는다.

항목 2026년 2027년 예산안 출처
과기정통부 전체 예산 23조8천억 원 29조6476억 원 과기정통부(아이티데일리)
과기정통부 AI 예산 약 5조1천억 원 9조4211억 원(84.3% 증가) 과기정통부(아이티데일리)
최고 수준 AI 모델·기술 확보 2조6146억 원 5조5937억 원 비즈니스포스트
최신 GPU 약 1만 장 확보 해당 없음 3조8500억 원 과기정통부(아이티데일리)

왜 중요한가: 세계가 자기 AI를 사고 있다

소버린 AI란 한 나라가 AI의 연산 자원·데이터·모델·운영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소버린 AI 지수는 2026년 8월 기준 각국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AI 사업 184건을 추적했다. 59%가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 사업이고, 32%가 모델 사업이다. 처음부터 자국 모델을 학습시키는 사업은 21건으로 2024년 말의 두 배를 넘었다. CNAS는 SK텔레콤의 5,190억 매개변수 모델 A.X K1을 그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는 역설도 짚었다. 추적한 사업의 60% 이상이 외국 협력사를 한 곳 이상 두고 있고, 그중 80%가 미국 기업이다. 인프라 사업의 45%는 엔비디아 GPU를 쓴다. 한국의 내년 예산에서 가장 큰 항목도 결국 엔비디아 칩 구매다. CNAS의 결론은 소버린 AI가 의존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어떤 층의 의존을 줄일지 고르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흐름은 이미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9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국내 소버린 AI 테마 펀드 하나는 출시 1년 만에 순자산이 72억 원에서 240억 원으로 늘었다. 편입 상위는 SK텔레콤과 네이버였다. 나라의 정책이 곧 기업의 매출 전망이 되는 산업이 생긴 것이다.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을 다룬 글에서 본 것처럼, 이 산업의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과 세금으로 시민에게 돌아온다.

인간에게 무엇이 달라지는가

내 질문이 어느 나라 규칙을 따르는지가 문제가 된다. 지금 한국인이 AI에 묻는 질문의 대부분은 미국 회사의 서버로 간다. 와이즈앱 7월 조사에서 챗GPT 2,367만 명, 제미나이 947만 명, 클로드 344만 명이 해외 서비스였고, 국내 서비스는 제타 428만 명, 에이닷 115만 명 정도였다. 평소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약관이 바뀌거나, 요금이 오르거나, 수출 규제로 특정 기능이 막힐 때 한국 사용자는 협상할 자리가 없다. 독자 모델은 그때 쓸 수 있는 두 번째 문이다.

앱 대상(분모) 월간 이용자 조사 시점 출처
챗GPT 한국 안드로이드·iOS 스마트폰 이용자 추정(약 5,122만 명) 2,367만 명 2026년 7월 와이즈앱·리테일
제미나이 같은 모집단 947만 명 2026년 7월 같은 조사
제타(국내, 스캐터랩) 같은 모집단 428만 명 2026년 7월 같은 조사
클로드 같은 모집단 344만 명 2026년 7월 같은 조사
에이닷(국내, SK텔레콤) 같은 모집단 115만 명 2026년 7월 같은 조사

세금이 사는 것은 1등 모델이 아니라 선택지다. 현실적으로 한국 모델이 내년 안에 세계 최상위 모델을 앞설 가능성은 낮다. 정부도 격차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5조 원대 예산이 사는 것은 성능 1위가 아니라 대체 가능성이다. 해외 모델 가격이 오를 때 공공기관과 기업이 옮겨 갈 수 있는 모델, 민감한 행정·의료 데이터를 밖으로 보내지 않고 돌릴 수 있는 모델이 있으면 가격 협상력이 생긴다. 이 가치는 벤치마크 점수에 잡히지 않는다.

시민이 평가자가 되기 시작했다. 이번 2차 평가에서 일반 국민 185명이 10점을 매겼다. 크지 않은 비중이지만 의미는 있다. 성능 점수가 가장 높던 모티프가 탈락하고 사용자 점수가 높은 팀이 올라갔다. 국가대표 AI를 가르는 기준이 연구실의 점수에서 사람이 실제로 써 보는 경험으로 조금 옮겨 간 것이다. 세금으로 만드는 AI라면 시민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평가표에 들어간 셈이다.

돈과 GPU가 모이는 곳이 정해진다. 예산의 대부분은 몇몇 대기업과 소수 스타트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 간다. AI 양극화를 다룬 글에서 우리는 연산 자원을 가진 쪽과 못 가진 쪽의 격차를 걱정했다. 국가 사업이 그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갈지 키우는 쪽으로 갈지는 모델과 GPU를 얼마나 개방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중치를 공개한 모델은 중소기업과 연구자가 가져다 쓸 수 있지만, 닫힌 모델은 참여 기업의 자산으로만 남는다.

반론과 불확실성

첫째, 따라잡을 수 없는 경주에 돈을 쓰는 것일 수 있다. 세계 최상위 AI 기업들은 한 해에 수백조 원을 투자한다. 한국의 5조 원대 예산은 그에 비하면 작고, 모델 한 세대가 반년 만에 바뀌는 속도를 감안하면 3차 평가가 끝날 무렵 결과물은 이미 한 세대 뒤처져 있을 수 있다. 차라리 해외 최상위 모델을 잘 쓰는 응용 서비스에 돈을 쓰는 편이 낫다는 주장에도 근거가 있다.

둘째, ’독자’라는 말 자체가 과장일 수 있다. CNAS가 지적했듯 칩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미국 기술이다. 모델을 처음부터 학습시켜도 그 학습을 돌리는 GPU가 수출 규제에 묶이면 소버린은 절반에 그친다. 또 평가 점수는 참여 팀 사이 차이가 총점 4.8점에 불과해, 3차 평가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둘을 고를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PRISM AGENDA의 시각

우리는 독자 모델에 대한 투자 자체에는 찬성한다. 다만 성공의 기준을 ’세계 몇 위’에 두면 이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국이 사야 하는 것은 순위가 아니라 해외 모델이 막히거나 비싸졌을 때도 꺼지지 않는 두 번째 문이다. 그래서 국회 심사와 3차 평가에서 다음 네 가지를 물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점검(PRISM AGENDA 제안) 정의 관찰 지표 한계
대체 가능성 해외 모델이 끊기거나 가격이 오를 때 핵심 공공·산업 업무를 옮겨 돌릴 수 있는가 독자 모델로 운영 중인 공공 서비스 수, 전환 시험 결과 전환 시험은 실제 위기 전까지 검증이 어렵다
개방성 세금으로 만든 모델을 누가 쓸 수 있는가 가중치 공개 여부, 중소기업·연구기관 사용 건수 공개가 곧 채택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사용 시민과 기업이 실제로 쓰는가 월간 이용자, 공공 도입 건수, 사용자 평가 비중 무료 배포는 이용자 수를 부풀린다
의존의 위치 어느 층(칩·클라우드·모델·데이터)의 의존을 줄였는가 외국 협력사 비중, GPU 조달처 칩 의존은 단기간에 줄일 수 없다

한국어를 가장 잘하는 AI가 한국 모델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AI에 기대는 정도가 깊어질수록, 그 AI를 끌 수 있는 스위치가 모두 바다 건너에 있다는 사실은 위험이 된다. 9조 원이 사야 할 것은 그 스위치 하나다.

자주 묻는 질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이란 무엇인가? 해외 모델을 빌려 고치지 않고 국내 기업이 처음부터 학습시킨 대규모 AI 모델을 만드는 정부 사업이다. 과기정통부가 2025년 8월 정예팀 5곳을 뽑아 시작했고, 2026년 8월 2차 평가에서 SK텔레콤·업스테이지·LG AI연구원 3팀이 남았다. 내년 초 3차 평가에서 최종 2팀을 고른다.

2차 평가에서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왜 탈락했나? 모티프는 글로벌 벤치마크 점수(AAII 배점 25점 중 11.9점)가 네 팀 중 가장 높았지만, 전문가·전문 사용자·일반 국민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총점 65.8점으로 4위에 그쳤다. 정부는 실제 활용성과 사용 편의를 함께 봤다고 설명했다.

2027년 정부 AI 예산은 얼마인가? 과기정통부 2027년 예산안의 AI 예산은 9조4211억 원으로 전년보다 84.3% 늘었다. 이 가운데 최고 수준 AI 모델·기술 확보 분야가 5조5937억 원이고, 최신 GPU 약 1만 장 확보에 3조8500억 원이 배정됐다. 예산안은 국회 심사를 거쳐 12월 초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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