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I 전일제 환산(FTE), 사람을 몇 명분으로 재는가
삼성전자가 AI로 몇 명분의 일을 했는지 재는 FTE 지표를 도입했다. 이 계산이 무엇을 재고 무엇을 놓치는지 따진다.

핵심 요약
- 삼성전자 DX부문은 6월 AI 전환 성과를 전일제 환산(FTE) 하나의 지표로 관리하기로 했다. 직원 한 명이 AI를 써서 몇 명분의 일을 하는지를 보는 방식이다(뉴스스페이스, 2026년 6월 보도).
- 10월 임원 목표관리(MBO) 평가에서는 'AX 역량 제고' 배점이 2~5점에서 20점으로 올랐고, 결과는 12월 임원 인사에 반영된다(한국경제, 2026년 7월 보도).
- 그런데 AI 생산성은 재기 어렵다. METR의 2025년 실험에서 숙련 개발자들은 AI를 쓸 때 과제를 19% 더 오래 걸려 끝냈지만, 스스로는 20% 빨라졌다고 믿었다.
“당신은 올해 AI로 몇 명분의 일을 했습니까.” 한국에서 가장 큰 회사의 임원들이 올가을 평가에서 받게 될 질문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질문은 간단하지만 답을 계산하는 방식에는 한 가지 전제가 숨어 있다. 사람의 일은 사람 수로 셀 수 있고, AI가 그 수를 줄이는 만큼이 성과라는 전제다.
AI 에이전트를 다룬 글에서 우리는 사람이 AI에 일의 열쇠를 넘기는 순간을 봤다. 이 글은 그다음 단계, 회사가 그 열쇠를 넘긴 결과를 어떤 자로 재기 시작했는지를 다룬다.
무슨 일이 있었나: 사람을 '몇 명분'으로 세기 시작했다
전일제 환산(FTE, Full-Time Equivalent)이란 어떤 업무량을 주 40시간 일하는 전일제 근로자 몇 명분에 해당하는지로 바꿔 나타낸 값이다. 원래는 인력 계획과 예산을 짤 때 쓰는 지표다.
뉴스스페이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6월 15일 임원 회의에서 AI 전환 성과의 정량 관리를 FTE 단일 지표로 일원화했다. AI를 쓰는 직원 한 명이 예전 몇 명 몫의 일을 처리하는지가 핵심 성과가 되고, 투입한 토큰 대비 성과를 보는 ’토큰 가성비’도 참고 지표로 들어갔다. 삼성은 FTE가 인사고과가 아니라 AI 전환 성과를 재는 보조 지표라고 설명했다.
같은 달 DX부문은 약 2,500명이 참여한 두 달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보안 교육을 받은 직원이 업무망에서 챗GPT·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클로드를 쓸 수 있게 했다. 회사가 내세운 성과도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 검증 체계로 TV 낙하 검증이 15일에서 2일로, 세탁기는 15일에서 5일로 줄었다는 것이다(회사 측 수치).
평가도 바뀌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0월 임원 목표관리(MBO) 평가에서 ‘AX 역량 제고’ 항목의 배점을 기존 2~5점에서 20점으로 높였다. AI로 업무 방식을 얼마나 바꿨는지가 평가의 초점이고, 결과는 12월 임원 인사에 반영된다.
| 항목 | 대상 | 내용 | 시점 | 출처 |
|---|---|---|---|---|
| FTE 단일 지표 | DX부문 AI 전환 성과 관리 | AI 사용 직원 1명이 예전 몇 명분 일을 하는지 측정 | 2026년 6월 15일 회의 | 뉴스스페이스 |
| 토큰 가성비 | 같은 성과 관리의 참고 지표 | 투입 토큰 대비 성과 | 2026년 6월 | 뉴스스페이스 |
| 외부 생성형 AI 허용 | DX부문 보안 교육 이수 직원(시범 약 2,500명) | 챗GPT·제미나이·클로드 업무망 사용 | 2026년 6월 | 서울신문 |
| 임원 MBO 배점 | 삼성전자 임원 | ‘AX 역량 제고’ 2~5점 → 20점 | 2026년 10월 평가, 12월 인사 반영 | 한국경제 |
왜 중요한가: 지표는 회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 준다
회사가 무엇을 재는지는 회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 준다. AI 도입의 성과를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고객 만족, 불량률, 출시 속도, 새로 생긴 매출. 그중에서 ’사람 몇 명분’을 단일 지표로 고른 것은, AI 전환의 성공을 인력 투입의 절감으로 정의했다는 뜻이다.
삼성만의 일은 아니다. 캐나다 전자상거래 회사 쇼피파이의 토비 뤼트케 최고경영자는 2025년 4월 공개한 사내 메모에서 인력이나 자원을 더 요청하려면 먼저 그 일을 AI로 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고, 성과 평가와 동료 평가 문항에 AI 활용 질문을 넣었다. 메타는 2026년부터 전 직군의 성과 평가에 ’AI 기반 성과’를 반영한다. 차이는 방향에 있다. 쇼피파이는 새로 뽑을 사람을 AI와 비교했고, 메타는 AI를 써서 낸 결과를 봤다. 삼성의 FTE는 지금 있는 사람의 일을 사람 수로 환산한다. 셋 중 인력 규모와 가장 직접 연결되는 방식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이미 이 흐름에 반응하고 있다. 서울신문 9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AI 활용 역량을 적는 서식을 도입했고, 두산은 실무면접에 30분 안에 AI로 보고서를 쓰는 시험을 넣었다. 같은 기사가 인용한 채용 공고 집계로는 올해 상반기 AI 전문직 공고가 1만8,000건을 넘어 전년 동기보다 128% 늘었다. 입사할 때부터 AI 활용을 보고, 입사 뒤에는 AI로 몇 명분을 했는지를 보는 구조가 짜이고 있다.
인간에게 무엇이 달라지는가
성과의 단위가 사람에서 사람 수로 바뀐다. 지금까지 평가는 “이 사람이 무엇을 해냈나”를 물었다. FTE는 “이 사람이 몇 명을 대신했나”를 묻는다.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답이 가리키는 곳이 다르다. 앞의 질문에서 좋은 성과는 새 결과물이다. 뒤의 질문에서 좋은 성과는 필요 없어진 사람의 수다. 한 사람이 AI로 세 명분의 일을 해냈다는 보고서는 칭찬이면서 동시에 두 자리가 비어도 된다는 근거가 된다.
측정하기 쉬운 일이 먼저 남는다. FTE는 시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일에 강하다. 보고서 작성, 코드 작성, 검증 반복처럼 이전 소요 시간을 알 수 있는 일은 몇 명분인지 계산하기 쉽다. 반대로 후배를 가르치는 일, 갈등을 조정하는 일, 하지 말아야 할 결정을 막는 일은 환산하기 어렵다. 한겨레 칼럼이 지적했듯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노동의 가치는 분명히 있고, 숫자는 때로 그 가치를 왜곡한다. 판단력의 자동화를 다룬 글에서 본 것처럼 사람에게 남는 일은 대개 판단과 책임인데, 그 일이 가장 환산하기 어렵다.
불안은 청년에게 먼저 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만 19~34세 1,000명에게 물은 조사에서 응답자 53.9%는 자기 직무가 5년 안에 AI로 대체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취업자와 구직자 사이에 차이가 컸다.
| 응답 집단 | 대상(분모) | “5년 안에 AI로 대체·축소 가능성 높다” | 조사 시점 | 출처 |
|---|---|---|---|---|
| 전체 | 만 19~34세 취업·구직 청년 1,000명 | 53.9% | 2026년 8월 발표 | 한국경제인협회(모노리서치) |
| 구직 중 미취업자 | 위 1,000명 중 구직 청년(하위 표본) | 63.8% | 2026년 8월 발표 | 같은 조사 |
| 취업자 | 위 1,000명 중 취업 청년(하위 표본) | 49.4% | 2026년 8월 발표 | 같은 조사 |
회사가 AI로 몇 명분을 줄였는지를 성과로 삼으면, 줄어드는 몫은 먼저 새로 들어올 자리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직원을 내보내는 것보다 뽑지 않는 쪽이 쉽기 때문이다. 2030년 직업 지도를 다룬 글에서 우리는 사라지는 일보다 바뀌는 일이 많다고 봤다. FTE는 그 ’바뀌는 일’을 ’줄일 수 있는 사람 수’로 읽게 만드는 자다.
AI를 쓰는 척이 늘어난다. 측정 대상이 되는 순간 지표는 목표가 되고, 목표가 된 지표는 원래 재려던 것을 제대로 재지 못한다. 경제학에서 굿하트의 법칙이라 부르는 현상이다. 배점이 20점이 되면 임원들은 AI로 줄인 시간을 부풀릴 이유가 생긴다. 토큰 사용량이 참고 지표가 되면 필요 없는 곳에도 AI를 돌릴 이유가 생긴다. 회사는 이를 막으려 토큰 가성비를 함께 보지만, 줄였다고 보고한 시간이 실제로 줄었는지는 여전히 스스로 적은 기록에 기댄다.
반론과 불확실성
첫째, FTE는 인력 감축 계획이 아니라 단순한 공통 언어일 수 있다. 조직마다 AI 성과를 다른 방식으로 보고하면 비교가 불가능하다. 삼성의 설명대로 FTE가 보조 지표에 그치고, 줄어든 시간이 새 제품과 새 사업으로 옮겨 간다면 이 지표는 오히려 사람을 더 가치 있는 일로 옮기는 장부가 될 수 있다. 지표만 보고 의도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둘째, AI 생산성은 과소평가되고 있을 수도 있다. METR의 2025년 실험(숙련 개발자 16명, 과제 246개)에서는 AI를 쓸 때 과제가 19% 더 오래 걸렸다. 개발자들은 끝난 뒤에도 20% 빨라졌다고 믿었다. 그러나 개발자 57명, 과제 800여 개로 늘린 후속 실험에서는 AI 없이 일하기를 거부하는 개발자가 늘고, 30~50%가 AI가 꼭 필요한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 효과를 제대로 재지 못했다. 연구진은 실제 효과가 측정치보다 클 수 있다고 봤다. 같은 연구소가 2026년 24월 기술직 349명에게 물은 설문에서는 AI로 일의 가치가 1.42배 늘었다는 답이 중앙값이었다. 다만 연구진은 자기 보고가 현실과 다를 수 있다고 스스로 경고했다.
| 조사 | 대상(분모) | 결과 | 측정 방식 | 출처 |
|---|---|---|---|---|
| METR 2025년 실험 | 숙련 오픈소스 개발자 16명, 과제 246개 | AI 사용 시 소요 시간 19% 증가 | 무작위 배정 실험 | METR(2025.7) |
| 같은 실험 참가자 인식 | 위 16명 | 사후에 20% 빨라졌다고 추정 | 자기 평가 | METR(2025.7) |
| METR 후속 실험 | 개발자 57명, 과제 800여 개 | 선택 효과로 효과 크기 추정 어려움 | 무작위 배정 실험 | METR(2026.2) |
| METR 설문 | 기술직 349명 | 일의 가치 1.4~2배(중앙값) | 자기 보고 | METR(2026.5) |
이 표가 말하는 것은 AI가 생산성을 높이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조차 AI 생산성을 재는 데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회사 내부의 FTE 계산이 이보다 정확하리라 기대할 근거는 약하다.
PRISM AGENDA의 시각
우리는 FTE 도입 자체보다 그것이 단일 지표라는 점이 문제라고 본다. AI 전환의 성과를 사람 수 하나로 재면, AI가 만든 새로운 가치는 보이지 않고 줄일 수 있는 사람만 보인다. 그 지표로 임원을 평가하면 임원은 사람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의도가 아니라 구조가 그렇게 만든다.
그래서 AI 성과 지표를 읽을 때 다음 네 가지를 함께 보자고 제안한다.
| 점검(PRISM AGENDA 제안) | 정의 | 관찰 지표 | 한계 |
|---|---|---|---|
| 줄어든 시간은 어디로 가나 | 절감한 시간이 새 일로 옮겨 갔는지, 인력 감축으로 끝났는지 본다 | 같은 조직의 신규 과제·신제품 수, 인원 변화 | 부서 이동이 섞이면 추적이 어렵다 |
| 누가 줄였다고 말하나 | 절감 시간을 본인이 보고하는지, 외부에서 측정하는지 본다 | 측정 주체와 방식의 공개 여부 | 외부 측정은 비용이 든다 |
| 품질은 유지됐나 | 빨라진 만큼 오류·재작업이 늘지 않았는지 본다 | 불량률, 재작업률, 고객 불만 | 품질 저하는 늦게 드러난다 |
| 신입 자리는 남았나 | 절감이 채용 축소로 이어지는지 본다 | 해당 직무 신입 채용 규모 | 경기 변화와 AI 효과가 섞인다 |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AI를 쓴 결과를 재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을 AI 몇 명분으로 환산하는 순간, 회사는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사람이 얼마나 없어도 되는지를 묻게 된다. 우리가 ’인간의 일’이라 부르던 것들은 대부분 그 계산 바깥에 있다. 좋은 지표는 그 바깥을 비워 두지 않는다.
자주 묻는 질문
FTE(전일제 환산)란 무엇인가? 어떤 업무량을 주 40시간 일하는 전일제 근로자 몇 명분인지로 바꿔 나타낸 값이다. 원래 인력 계획과 예산 편성에 쓰이는 지표이며, 최근에는 AI를 쓴 직원 한 명이 예전 몇 명분의 일을 하는지 재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FTE 평가는 직원 인사고과에 반영되나?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FTE가 인사고과가 아니라 AI 전환 성과를 재는 보조 지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임원 목표관리(MBO) 평가에서는 ‘AX 역량 제고’ 배점이 2~5점에서 20점으로 올라, AI로 업무 방식을 얼마나 바꿨는지가 12월 임원 인사에 반영된다.
AI를 쓰면 생산성이 실제로 오르나? 아직 분명한 답은 없다. METR의 2025년 실험에서 숙련 개발자들은 AI를 쓸 때 19% 느렸지만, 2026년 설문에서 기술직 종사자들은 일의 가치가 1.4~2배 늘었다고 답했다. 실험은 설계의 한계가 있고 설문은 자기 보고라는 한계가 있어, 회사 안에서 재는 수치도 측정 방식을 함께 봐야 한다.
다음 질문
- 절감된 시간이 새 일로 옮겨 간 회사와 인력 감축으로 끝난 회사는 3년 뒤 무엇이 다른가.
- 한국 기업의 신입 채용 규모는 AI 성과 지표 도입 뒤 실제로 줄었는가.
- 판단력은 자동화되는가: 의사·판사·교사가 AI에 맡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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