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사고 · 11 min read

AI가 대체 못하는 직업의 공통점 3가지: 몸·관계·책임 [생존법 2]

AI 시대에 늘어난 직업은 간병인, 정비공, 택시 운전사였다. 남는 일의 조건 셋과 1940년 이후 생긴 일의 60%가 주는 교훈.

올리브 카키 듀오톤 동판화풍 19세기 거리의 세 장면, 터진 배수관 아래 무릎까지 빠진 채 마젠타빛 등불과 스패너를 든 배관공, 창가 병상에서 노인 환자의 손을 마젠타빛으로 감싸 쥔 간호사, 군중이 기다리는 앞에서 마젠타빛 밀랍 봉인을 찍는 판사, 그리고 뒤편 회계소에서 줄지어 앉아 쓰고 계산하는 놋쇠 자동인형들은 세 장면 어디에도 없는 팝아트 판화

핵심 요약

  • 챗GPT 이후 미국에서 고용이 줄어든 직종은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고객 상담이었고, 늘어난 직종은 간병인, 정비공, 택시 운전사였다(스탠퍼드). 한국은행도 AI가 "매뉴얼화 가능한 업무"를 먼저 대체한다고 봤다.
  • 남는 일의 공통점은 셋이다. 몸(예측 불가능한 물리 환경), 관계(신뢰가 필요한 대면), 책임(결과를 지는 사람이 필요한 판단). 댈러스 연준의 임금 분석에서 경험 프리미엄이 높은 직종은 AI 노출이 높을수록 임금이 올랐다.
  • 더 중요한 통찰: 2018년 미국 일자리의 60%는 1940년에 없던 일이었다. AI 시대의 생존은 남는 일을 찾는 것보다 새로 생기는 일을 먼저 보는 것에 달렸다. 다만 새 일은 고임금 전문직과 저임금 서비스직 양쪽에 생기고 중간은 비었다.

번외편 「AI 시대, 일의 생존법」 3회 연재 · 1편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진다 · 2편 AI가 못 가져가는 일의 세 가지 공통점 · 3편 마흔 이후의 재설계

1편에서 신입의 일이 먼저 사라지는 이유를 봤다. AI가 교과서로 배우는 지식을 대체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AI가 못 하는 일 목록”은 인터넷에 넘친다. 대부분 근거가 없다. 이 글은 실제 고용과 임금 데이터에서 출발해 남는 일의 공통점을 찾고, 그 다음 더 중요한 질문으로 간다. 남는 일보다 생기는 일이 많다면, 어디를 봐야 하는가.

무슨 일이 있었나: 줄어든 일과 늘어난 일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의 급여 데이터 분석은 챗GPT 이후 어떤 직종이 줄고 늘었는지 보여 준다(TIME).

방향 직종 특징
줄어듦 (22~25세 기준)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고객 상담 화면 앞에서 정형화된 정보를 다룸
늘어남 간병인, 정비공, 택시 운전사 몸으로, 사람 앞에서, 예측 못 할 상황에서 일함

출처: 스탠퍼드, ADP 급여 데이터. 22~25세에서 감소가 집중됐고 30세 이상은 고노출 직종에서도 고용 증가.

한국은행의 진단도 같다. AI는 “매뉴얼화 가능한 업무를 주로 대체하며, 이런 업무는 청년층이 많이 담당한다”(서울신문). 국제통화기금은 세계 일자리의 40%, 선진국의 60%가 AI에 노출돼 있다고 봤지만(IMF), 노출과 대체는 다르다. 노벨상 수상자 아세모글루는 향후 10년간 수익성 있게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를 5퍼센트로 추정한다(Fortune). 노출된 60%와 실제 대체될 5% 사이에 남는 일이 있다.

세 가지 공통점: 몸, 관계, 책임

데이터에서 늘어난 직종과 댈러스 연준의 임금 분석을 겹치면 남는 일의 조건 셋이 나온다.

첫째, 몸. 예측할 수 없는 물리 환경에서 손으로 하는 일이다. 배관공, 전기 기사, 정비공, 간병인. 피지컬 AI 글에서 봤듯 로봇은 공장의 규격화된 환경에서는 잘하지만 어제와 다른 집, 부러진 파이프, 누워 있는 환자 앞에서는 못 한다. 모라벡의 역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AI에게 체스는 쉽고 빨래는 어렵다.

둘째, 관계. 사람이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일이다. 간호사가 환자의 손을 잡는 것, 교사가 아이의 눈을 보는 것, 영업 담당이 고객의 망설임을 읽는 것. AI 동반자 글에서 AI가 외로움을 달래 줄 수는 있어도 관계망이 좁은 사람의 행복은 오히려 낮아진다는 연구를 봤다. 사람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받는 것이 있다.

셋째, 책임. 결과를 지는 사람이 필요한 판단이다. 의사의 진단, 판사의 판결, 관리자의 결정. 판단력 자동화 글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AI가 판단을 대신할 수 있어도 그 판단이 틀렸을 때 책임질 주체가 사람이어야 하는 한, 사람은 그 자리에 남는다.

댈러스 연준의 분석은 이 셋을 한 변수로 묶는다(Dallas Fed). 205개 직종에서 경험 프리미엄, 곧 숙련자와 신입의 임금 차이가 큰 직종은 AI 노출이 높을수록 임금이 올랐고, 작은 직종은 내렸다. 연준의 해석은 AI가 “교과서 지식”을 대체하고 “경험으로 쌓는 암묵지”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몸, 관계, 책임은 모두 교과서로 배울 수 없다. 해 봐야 안다. 그것이 셋의 공통점이다.

조건 왜 남는가 예 위험
몸 예측 불가능한 물리 환경, 로봇의 한계 배관, 전기, 정비, 간병 로봇 성숙 시 축소, 저임금
관계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신뢰 간호, 교육, 영업, 상담 AI 동반자의 대체 압력
책임 결과를 지는 주체가 사람이어야 함 진단, 판결, 경영 판단 AI 판정자의 확산

1940년 이후 생긴 60%가 말하는 것

여기까지가 “남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만 보면 절반을 놓친다. MIT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 연구진은 194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의 직업 3만 5,000개를 추적했다. 결론은 2018년 일자리의 약 60%가 1940년에 존재하지 않던 일이라는 것이다(MIT News). 기술은 일을 없애는 만큼 새 일을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방사선사, 물류 관리자는 1940년에 없었다.

오터는 두 힘을 구분한다. 자동화는 “기계가 일의 입력을 받아 사람 대신 그 일을 하는 것”이고, 증강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종류, 품질,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다. 새 일은 증강에서 나온다. 컴퓨터는 타이피스트를 없앴지만 프로그래머를 만들었다.

그런데 오터의 데이터에는 경고가 둘 있다. 첫째, 1980년 이후 자동화가 없앤 일은 1940~1980년의 두 배가 넘었지만 증강이 만든 일은 조금밖에 늘지 않았다. 둘째, 새 일은 고임금 전문직과 저임금 서비스직 양쪽에 생겼고 중간은 비었다. 남는 일의 세 조건을 다시 보면 같은 모양이다. “책임”은 고임금이고 “몸”은 대체로 저임금이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일은 있지만, 그 일들이 중산층을 지탱하지는 않을 수 있다.

인간에게 무엇이 달라지는가

“안전한 직업”을 찾는 것은 절반의 전략이다. 몸, 관계, 책임이 남는 일의 조건이지만, 오터의 60%는 지금 없는 일이 앞으로 생긴다고 말한다. 2026년의 “안전한 직업 목록”은 2036년에 낡는다. 안전한 직업보다 새 일이 생기는 자리를 보는 것이 낫다. 그 자리는 대개 AI가 새로 가능하게 만든 일, 곧 증강의 경계선에 있다.

교과서 지식의 값이 떨어지고 암묵지의 값이 오른다. 댈러스 연준 데이터의 함의다. 자격증과 학위는 교과서 지식의 증명이고, AI는 그것을 잘한다. 반면 “해 봐서 아는 것”은 증명하기 어렵지만 AI가 못 한다. 1편에서 본 청년의 어려움이 여기서 나온다. 청년은 교과서 지식만 갖고 시작하고, 암묵지는 시간이 걸린다.

중간이 빈다. 남는 일이 고임금 책임직과 저임금 신체직으로 갈리면, AI 양극화 글에서 본 격차가 직업 구조에서 재현된다. 개인은 어느 쪽으로든 움직여야 하고, 사회는 비는 중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답해야 한다.

한국의 특수성. 한국은 대졸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그 대졸자들이 하던 사무·분석 업무가 AI 고노출 업종이다. 한국은행 수치에서 4년제 대졸 실업률이 전문대 이하보다 높은 이유다. 교과서 지식에 가장 많이 투자한 사회가 교과서 지식의 값이 떨어지는 시대를 맞았다.

반론과 불확실성

첫째, “몸”의 안전은 로봇의 속도에 달렸다. 피지컬 AI가 예측보다 빨리 성숙하면 정비와 간병도 노출된다. 다만 앞선 글에서 봤듯 가정과 현장의 로봇은 안전·책임·프라이버시로 늦춰지고 있다.

둘째, “관계”와 “책임”도 침식될 수 있다. AI 동반자는 관계의 일부를 이미 대체하고, AI 판정자는 책임의 일부를 이미 맡고 있다. 남는 것은 관계와 책임의 전부가 아니라 사람이어야만 하는 핵심이다.

셋째, 오터의 60%는 78년에 걸친 변화다. AI가 새 일을 만드는 속도가 없애는 속도를 따라잡을지는 알 수 없다. 오터 자신도 1980년 이후 그 균형이 무너졌다고 했다.

넷째, 아세모글루의 5%는 “수익성 있게” 자동화 가능한 업무이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는 훨씬 넓다. 수익성의 기준은 오퍼스 5.5 글에서 본 것처럼 빠르게 내려간다.

PRISM AGENDA의 시각

나는 “AI가 못 하는 일”을 찾는 질문이 방어적이라고 본다. 방어는 필요하지만 방어만으로는 사다리를 오르지 못한다. 데이터가 말하는 것은 두 가지다. 남는 일에는 공통점이 있고, 그것은 교과서로 배울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남는 일보다 생기는 일이 많으며, 그것은 지금 목록에 없다.

이 둘을 합치면 하나의 태도가 나온다. 해 봐서 아는 것을 늘리되, AI가 새로 가능하게 만든 자리에서 그렇게 하라. 배관공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AI가 초벌을 만들어 주는 시대에, 그 초벌을 검증하고 책임지고 사람에게 설명하는 자리로 옮기라는 뜻이다. 그 자리는 1940년에 없던 60%처럼 지금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어서 목록에 없고, 목록에 없어서 경쟁이 적다.

다음 편에서는 이것을 가장 절실하게 해야 할 사람들, 곧 교과서 지식으로 20년을 일해 온 마흔 이후의 사람들이 경험을 무엇으로 바꿔야 하는지 다룬다.

자주 묻는 질문

AI 시대에 안전한 직업은 무엇인가? 데이터가 가리키는 조건은 세 가지다. 예측 불가능한 물리 환경에서 손으로 하는 일(배관, 전기, 정비, 간병), 사람이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일(간호, 교육, 영업), 결과를 지는 주체가 사람이어야 하는 판단(진단, 판결, 경영). 챗GPT 이후 미국에서 실제로 고용이 늘어난 직종은 간병인, 정비공, 택시 운전사였다. 다만 이 조건은 2026년 기준이며 로봇과 AI의 발전에 따라 바뀐다.

AI가 없애는 일자리보다 만드는 일자리가 많나? 역사적으로는 그랬다. MIT 오터 연구진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일자리의 약 60%는 1940년에 없던 일이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자동화가 없앤 일은 그 전의 두 배가 넘었고 새 일은 고임금 전문직과 저임금 서비스직 양쪽에 생겨 중간이 비었다. AI가 새 일을 만드는 속도가 없애는 속도를 따라잡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AI 노출도가 높으면 일자리를 잃나? 노출과 대체는 다르다. 국제통화기금은 선진국 일자리의 60%가 AI에 노출돼 있다고 봤지만, 아세모글루는 향후 10년간 수익성 있게 자동화될 업무를 5%로 추정한다. 댈러스 연준 분석에서는 AI 노출이 높아도 경험 프리미엄이 큰 직종은 오히려 임금이 올랐다. 노출된 직종 안에서도 교과서 지식 부분은 대체되고 경험 부분은 보완된다.

다음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