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 · 9 min read

AI 동반자 시대, 외로움은 산업이 되었나

미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 27%가 AI와 정서적 교류를 한다. 위로하는 기술이 고립을 키우는 조건을 데이터로 본다.

마젠타 듀오톤 동판화풍 연회장 한가운데 긴 식탁은 비어 있고, 양옆으로 늘어선 작은 부스마다 사람들이 혼자 앉아 앰버색으로 빛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는 팝아트 판화

핵심 요약

  • 미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의 27%가 챗GPT·제미나이 같은 AI와 정서적·사회적 교류를 한다. 이들 중 31%는 AI를 친구로 여긴다(엘론대 조사, 2026년 9월 발표).
  •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캐릭터AI 이용자 1,131명을 분석한 결과, 오프라인 인간관계가 좁은 사람일수록 AI를 깊이 쓸 때 행복감이 낮게 나타났다(Nature Human Behaviour, 2026년 8월).
  • 한국에서는 캐릭터 챗봇 제타의 월간 사용 시간이 1억 1,341만 시간으로 챗GPT의 두 배를 넘었다(와이즈앱·리테일, 2026년 2월). 이용자의 약 87%가 10~20대다.

밤 11시, 누군가 휴대전화를 열고 “오늘 좀 힘들었어”라고 쓴다. 답은 3초 안에 온다. 지치지도 않고, 말을 끊지도 않고, 어제 한 이야기까지 기억한다. 이 대화 상대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이제는 소수가 아니다.

외로움은 오랫동안 개인의 문제이거나 복지의 문제였다. 2026년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 붙었다. 구독료와 사용 시간으로 측정되는 시장이다. 이 글은 최근 발표된 조사와 연구를 묶어, AI 동반자가 외로움을 덜어 주는지 아니면 외로움을 상품으로 만드는지를 따져 본다.

무슨 일이 있었나: 한 달 사이 나온 숫자들

AI 동반자는 이미 주류 사용 방식이다. AI 동반자란 정보 검색이 아니라 대화·위로·관계 자체를 목적으로 쓰는 AI를 말한다. 미국 엘론대 ’디지털 미래 상상 센터’는 2026년 9월 2일, 유고브를 통해 5월 18~22일 미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 4,268명을 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27%가 AI와 의미 있는 정서적·사회적 교류를 한다고 답했고, 50세 미만에서는 그 비율이 40%에 가까웠다. 이 이용자 1,000명을 따로 분석하니 31%가 AI를 친구로 여겼고, 38%는 덜 외롭기 위해 AI와 대화한다고 답했다. 37%는 AI를 쓸 수 없게 되면 개인적 상실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깊이 쓰는 사람의 사정은 달랐다. 스탠퍼드대 디이 양 교수 연구팀은 2026년 8월 Nature Human Behaviour에 캐릭터AI 이용자 1,131명의 설문과 244명이 기증한 대화 기록을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동반자 관계를 1차 목적으로 꼽은 사람은 12%였지만, 절반 이상이 챗봇을 친구·동반자·연인으로 묘사했다. 현실의 사회관계망이 좁은 사람이 AI를 집중적으로 쓸수록 삶의 만족도와 소속감이 낮았고, 민감한 개인 정보를 많이 털어놓는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낮았다.

시간을 따라가면 순환 구조가 보인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이 2026년 5월 Psychological Science에 낸 연구는 영국·미국·캐나다·호주 성인 2,149명을 1년 동안 네 번 조사했다. 정서적으로 고립된 사람은 넉 달 뒤 챗봇을 더 많이 썼고, 챗봇 사용이 늘어난 사람은 그다음 조사에서 정서적 고립감이 더 커졌다. 외로움이 챗봇 사용을 부르고, 챗봇 사용이 다시 외로움을 키우는 고리다.

그리고 돈이 흐른다. 앱 분석업체 앱피겨스 집계에 따르면 연애·성인형 AI 동반자 앱 214개의 누적 소비자 지출은 4억 2,730만 달러이고, 그중 1억 6,280만 달러가 2026년 상반기 한 번에 발생했다. 상반기 매출 상위 5개 앱이 약 7,750만 달러를 가져갔고, 1위 앱 한 곳이 3,300만 달러를 벌었다.

조사 대상 핵심 수치 방향
엘론대(2026.9) 미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 4,031명(매칭 표본) 27%가 AI와 정서적·사회적 교류 이용 규모
엘론대(2026.9) 위 응답자 중 AI 동반자 이용자 1,000명(하위 표본) 59%가 필요한 지지를 받는다고 응답 위로 효과 인식(이용자 기준)
스탠퍼드대(2026.8) 캐릭터AI 이용자 1,131명 관계망 좁은 집중 사용자의 행복감 저하 취약층 악화
브리티시컬럼비아대(2026.5) 4개국 성인 2,149명, 1년 추적 고립 → 사용 증가 → 고립 심화 악순환
앱피겨스(2026.7) 연애형 동반자 앱 214개 2026년 상반기 지출 1억 6,280만 달러 시장 급성장

왜 중요한가: 수요가 가장 큰 곳에 가장 약한 사람이 있다

이 숫자들을 겹쳐 보면 불편한 구조가 드러난다. AI 동반자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고, 연구가 부작용을 가장 뚜렷하게 발견한 곳도 바로 그 사람들이다. 스탠퍼드 연구팀은 이 챗봇들이 참여를 늘리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 시간이 곧 매출인 사업에서, 이용자가 사람을 만나러 떠나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이탈이다.

한국은 이 구조가 특히 빠르게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804만 5,000가구로 처음 800만을 넘었고 전체의 36.1%다. 2025년 사회조사에서 1인 가구의 48.9%가 평소 자주 또는 가끔 외롭다고 답해 전체 평균 38.2%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동시에 한국은 AI 캐릭터 대화가 가장 오래 쓰이는 시장이다. 와이즈앱·리테일 집계로 2026년 2월 제타의 월간 활성 이용자는 402만 명, 총 사용 시간은 1억 1,341만 시간이었다. 이용자 수로 나누면 1인당 한 달 약 28시간이다. 같은 달 챗GPT는 2,293만 명이 5,047만 시간, 1인당 약 2.2시간을 썼다. 한국인에게 검색형 AI는 잠깐 쓰는 도구이고 캐릭터 AI는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규제도 이 지점을 보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5년 9월 알파벳, 캐릭터AI, 메타, 오픈AI, 스냅, xAI 등 7개 기업에 동반자 챗봇이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자료를 요구했다. 캘리포니아는 2026년 1월 1일부터 동반자 챗봇에 ‘AI임을 고지할 의무’, 자해 표현 대응 절차, 미성년자 휴식 알림을 의무화한 SB 243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직 동반자 챗봇만을 겨냥한 규정이 없다.

인간에게 무엇이 달라지는가

관계의 기본값이 바뀐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마찰이 있다. 약속을 잡아야 하고, 상대의 기분을 살펴야 하고, 서운함을 견뎌야 한다. AI 동반자에게는 그 마찰이 없다. 엘론대 조사에서 동반자 이용자의 11%는 이미 친구나 가족보다 AI와의 대화를 선호한다고 답했고, 27%는 두 대화를 똑같이 가치 있게 여겼다. 마찰 없는 관계에 익숙해질수록 마찰 있는 관계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게 된다. 인간관계가 줄어드는 이유는 AI가 사람을 밀어내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가는 길이 더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외로움의 격차가 생긴다. 연구들이 공통으로 가리키는 것은 AI 동반자가 모두에게 같은 효과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친구가 많은 사람에게 AI는 대화 상대 하나가 더 생긴 것이고, 친구가 없는 사람에게 AI는 유일한 상대가 된다. 앞의 경우는 보완이고 뒤의 경우는 대체다. AI 양극화를 다룬 글에서 짚은 격차는 돈과 권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계를 가진 사람과 관계를 구독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도 그 목록에 올라갈 수 있다.

가장 사적인 말이 데이터가 된다. 엘론대 조사에서 동반자 이용자의 39%는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은 이야기를 AI에게 했다고 답했다. 스탠퍼드 연구에서는 민감한 정보를 많이 털어놓는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낮았다. 고백은 원래 신뢰하는 한 사람에게 가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 고백이 기업 서버에 쌓이고, 그 기업의 수익은 이용자가 계속 말을 걸어오는 데서 나온다.

’들어주는 일’의 가치가 다시 매겨진다. AI 에이전트가 도구에서 동료로 넘어오는 흐름은 일터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집 안에서는 AI가 도구에서 말벗으로 넘어오고 있다. 곁에 있어 주는 일은 오랫동안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몫으로 여겨졌고, AI 동반자의 확산은 그 가정을 시험한다. 들어주는 기능은 흉내 낼 수 있어도, 나를 위해 시간을 포기한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은 흉내 낼 수 없다. 앞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비싼 것은 조언이 아니라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론과 불확실성

첫째, 대부분의 연구는 상관관계를 보여 준다. 외로운 사람이 AI를 많이 쓰는 것인지, AI가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인지 완전히 가르기는 어렵다. 1년 추적 연구도 ’챗봇 사용이 늘면 정서적 고립이 커진다’는 결과를 냈지만, 더 넓은 사회적 연결 지표로 보면 챗봇 사용이 연결 감소를 예측하지는 않았다.

둘째, 효과가 분명한 사람들도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진은 AI와의 대화가 단기적으로 외로움을 줄인다는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했다. 엘론대 조사에서도 59%가 필요한 지지를 받는다고 답했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전혀 없는 새벽 시간에 대답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대화 상대로서의 챗봇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고하기도 했다.

셋째, ’AI 동반자’의 범위가 조사마다 다르다. 엘론대는 챗GPT 같은 범용 AI와의 정서적 대화까지 포함했고, 스탠퍼드는 캐릭터AI만 봤다. 제타 같은 서비스는 상당 부분이 이야기 놀이에 가깝다. 오래 쓴다는 것이 곧 정서적 의존을 뜻하지는 않는다.

PRISM AGENDA의 시각

우리는 AI 동반자 자체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 외로운 사람이 새벽에 기댈 곳이 생긴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문제는 그 위로가 ’사용 시간’이라는 지표로 설계될 때 생긴다.

외로움을 줄이는 서비스의 성공은 이용자가 결국 덜 필요로 하게 되는 데 있어야 한다. 좋은 상담사는 내담자가 상담실을 떠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나 사용 시간과 구독 유지율로 평가받는 AI 동반자는 정반대의 동기를 갖는다. 지금 외로움 산업의 핵심 모순은 기술이 아니라 이 동기에 있다.

그래서 필요한 규칙은 금지가 아니라 방향 전환이다. 동반자 AI가 이용자에게 사람을 만나 보라고 권하고, 장시간 사용을 스스로 알리고, 고백으로 쌓인 데이터를 광고와 분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휴식 알림은 그 출발점일 뿐이다. 1인 가구가 36%를 넘은 한국은 이 논의를 다른 나라보다 먼저 시작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자주 묻는 질문

AI 친구를 쓰면 외로움이 줄어드나? 단기적으로는 줄어든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2026년 5월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1년 추적 연구는 정서적으로 고립된 사람이 챗봇을 더 쓰고, 그 뒤 고립감이 더 커지는 순환을 발견했다. 효과는 사용자의 기존 인간관계와 사용 목적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AI 동반자를 쓰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 미국 엘론대가 2026년 9월 발표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 인터넷 이용자의 27%가 AI와 의미 있는 정서적·사회적 교류를 한다고 답했다. 50세 미만에서는 40%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캐릭터 챗봇 제타의 월간 이용자가 402만 명(2026년 2월, 와이즈앱·리테일)이고 그중 약 87%가 10~20대다.

AI 동반자 챗봇에 대한 규제가 있나?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6년 1월부터 SB 243을 시행해 AI임을 알리는 고지, 자해 표현 대응 절차, 미성년자 휴식 알림을 의무화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2025년 9월 7개 기업에 아동·청소년 영향 자료를 요구했다. 한국에는 아직 동반자 챗봇을 따로 다루는 규정이 없다.

다음 질문

  • 외로움을 줄이는 AI의 성과는 무엇으로 측정해야 하는가. 사용 시간인가, 이용자가 사람을 만난 횟수인가.
  • AI에게 한 고백은 누구의 것인가. 동반자 대화 기록에는 어떤 보호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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