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모 그리프봇, 위로인가 끝나지 않는 이별인가
고인을 AI로 되살리는 추모 서비스가 늘고 있다. 연구가 말하는 위로와 위험, 동의와 끝맺음의 조건을 정리한다.

스물여덟 살 직장인이 사진 몇 장과 짧은 음성으로 AI 영상을 하나 주문했다. 주인공은 그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였다. 영상을 선물받은 아버지는 화면 속 자기 아버지를 보며 울었다. 서울의 AI 추모 스타트업 바이스(Vaice)가 소개한 사례다. 이 회사는 사진과 짧은 음성 샘플로 3~5분짜리 고인 영상을 만들어 한 달에 약 300명의 고객을 받고, 건당 가격은 약 60만 원이다. 주 고객은 부모를 잃은 40~50대 자녀다(뉴스스페이스, 2026.7.3).
AI 추모, 영어권에서 그리프봇(griefbot) 또는 데드봇(deadbot)이라 부르는 기술은 이제 실험이 아니라 상품이다. 그리프봇이란 고인이 남긴 글·음성·사진을 학습해 고인처럼 말하고 대답하도록 만든 AI를 말한다. 이 글은 하나의 주장을 편다. 그리프봇의 문제는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는 데 있지 않다. 끝나는 지점이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핵심 요약
-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연구에서 사별자 16명은 고인을 흉내 낸 챗봇과 약 20분씩 대화한 뒤 대체로 위로를 받았다고 답했다. 사실 오류보다 말투 오류에 더 민감했다(Science News, 2026.7).
- 실제 데드봇 이용자 26명을 인터뷰한 연구는 시간이 지나며 AI가 만든 세부 내용이 실제 기억과 섞인다고 보고했다(Li·Lan, arXiv 2026.3).
- 중국은 2026년 4월 동의 없는 디지털 복제를 금지하는 초안을 내고 위반 시 1만~20만 위안의 벌금을 제시했다. 한국에는 고인 재현을 직접 다루는 규정이 아직 없다(TechXplore, 2026.4.19).
AI 추모, 연구는 무엇을 말하나
근거는 아직 얇지만 방향은 보인다. 2026년에 나온 연구 세 편을 대상과 표본 크기별로 나눠 보면 다음과 같다.
| 연구 | 대상(표본) | 방법 | 주요 결과 | 출처 |
|---|---|---|---|---|
| 콜로라도대 볼더, DIS 2026 학회 | 친족·친구를 잃은 성인 16명(22~50세, 묻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만 모집) | 고인 챗봇 1인칭·3인칭 두 가지와 각 약 20분 대화, 연구자가 응답을 미리 검토 | 대체로 위로·종결감, 1인칭 선호, 사실 오류보다 말투 오류에 민감 | Smithsonian, Science News |
| Li·Lan, arXiv 사전 공개 | 실제 데드봇 이용자 26명 | 심층 인터뷰 | 이용자가 고인 모습을 골라 넣고 고쳐 가며 이상화, AI가 만든 세부가 실제 기억과 섞임 | arXiv 2603.01017 |
| Lu 외, Frontiers in Digital Health | 중국 광둥성 일반인 25명(23명이 사별 경험, 실제 사용이 아닌 예상 평가) | 반구조화 인터뷰 | 수용 여부는 조건부, 위로와 의존·애도 지연 우려가 공존, 사전 동의와 정부 감독 요구 | Frontiers, 2026.6 |
세 연구를 합쳐도 70명이 채 안 되고, 장기 추적이나 대조군이 있는 연구는 없다. 그런데도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그리프봇에서 실제로 위로를 받는다. 동시에 그 위로가 오래 이어질 때 무엇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콜로라도대 연구의 결과는 특히 시사적이다. 챗봇이 고인이 가진 적 없는 직업을 지어내도 참가자들은 대화를 이어 갔다. 반대로 고인이 쓰지 않았을 호칭을 쓰거나 이모티콘을 쓰지 않는 등 말투가 어긋나면 크게 거슬려 했다(Science News). 사람들이 그리프봇에서 찾는 것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그 사람의 목소리라는 뜻이다. 연구를 이끈 잭 매닝은 열한 살 때 열세 살 누나를 잃었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거부감을 보일 거라 예상했다가 생각이 틀렸다고 밝혔다.
위로와 위험은 같은 능력에서 나온다
중국 연구진의 결론이 이 기술의 핵심을 짚는다. 그리프봇의 위로와 위험은 같은 능력, 곧 고인이 계속 곁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능력에서 나온다(Lu 외, 2026). 마지막 인사를 못 한 사람에게는 그 능력이 선물이다.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같은 능력이 덫이 된다.
애도는 원래 끝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이 지나며 상실을 삶에 받아들인다. 다만 일부는 그러지 못한다. 성인 사별자를 다룬 메타분석에서 지속적 애도 장애에 해당하는 비율은 약 9.8%였다(Lundorff 외, 2017). 열 명 중 한 명가량은 애도가 멈춘 채 머문다는 뜻이다. 언제든 고인의 목소리를 불러낼 수 있는 앱은 이들에게 가장 위험할 수 있다.
기억의 문제도 있다. 데드봇 이용자 연구에서 사람들은 고인의 좋은 면을 골라 넣고,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은 고쳐 가며 고인을 다듬었다. 그 결과 AI 속 고인은 실제보다 이상화됐고, 시간이 지나자 AI가 만들어 낸 장면과 실제 기억이 구분되지 않기 시작했다(Li·Lan, 2026). AI 메모리 시대, 기억을 맡긴 인간은 무엇을 잊나에서 기억을 외부에 맡길 때의 손실을 다뤘다. 그리프봇은 한 걸음 더 나간다. 기억을 맡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억을 새로 써 넣는다.
여기에 상업의 논리가 얹힌다. 케임브리지대 레버흄 미래지능센터 연구진은 2024년 논문에서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말투로 배달 앱 광고를 받는 장면을 가상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그리고 그리프봇에 정중하게 '은퇴'시키는 절차, 곧 디지털 장례 같은 끝맺음 장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레버흄 미래지능센터). 구독형 서비스는 이용자가 오래 머물수록 돈을 번다. AI 동반자 시대, 외로움은 산업이 되었나에서 본 구조가 상실감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외로움 다음으로 팔기 좋은 감정은 그리움이다.
반론과 응답
첫 번째 반론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고인과 대화해 왔다는 것이다. 무덤 앞에서 말을 걸고, 영정 앞에 음식을 놓고, 남은 편지를 다시 읽는다. 그리프봇은 그 오랜 관습의 새 형식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일리가 있다. 차이는 대답이다. 무덤과 편지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이 없기 때문에 산 사람은 그 침묵 속에서 고인이 정말 떠났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인다. AI는 그 침묵을 채운다.
두 번째 반론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성인이 자기 돈으로 고인의 목소리를 다시 듣겠다는데 막을 이유가 없다. 이 역시 맞다. 그래서 금지가 답은 아니다. 하지만 선택에는 두 사람이 걸려 있다. 듣는 사람과 재현되는 사람이다. 고인은 동의할 수 없다. 국내 연구자들은 살아 있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쓰면 문제가 되는데, 고인의 정보는 왜 그렇지 않은지 묻는다(KCI 논문).
세 번째 반론은 아직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이스 측은 서비스 뒤 슬픔이 악화됐다는 고객 의견은 아직 없다고 했다. 다만 같은 보도는 표본과 관찰 기간이 짧다고 지적했다(뉴스스페이스). 3분짜리 영상 한 편과 매일 대화하는 챗봇은 같은 위험이 아니다. 근거가 없다는 것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아무도 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인간에게 무엇이 달라지는가
첫째, 작별의 모양이 바뀐다. 지금까지 작별은 한 번 오고 되돌릴 수 없었다. 그리프봇은 작별을 미룰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미룰 수 있다는 것은 위로가 되지만, 언제 끝낼지를 이제 각자가 정해야 한다는 부담이기도 하다. 장례와 탈상처럼 공동체가 정해 주던 끝맺음의 시간표가 개인의 결정으로 넘어온다.
둘째, 고인이 되는 사람에게 새로운 결정이 생긴다. 내 목소리와 말투를 내가 죽은 뒤 AI로 남겨도 되는가. 지금은 이 질문에 답해 둘 제도가 없다. 한국에서는 2022년 사후 30년간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려던 민법 개정이 표현의 자유 우려로 멈췄고, 유족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부정경쟁방지법 일반 조항을 빌려 오는 정도에 머문다(뉴스스페이스). 중국은 2026년 4월 디지털 휴먼 규칙 초안에서 동의 없는 복제를 금지하고 표시 의무를 두었다(TechXplore). AI에게 한 고백은 누구의 것인가에서 다룬 대화 소유권 문제가 이제 죽은 뒤까지 이어진다.
셋째, 애도에도 설계가 필요해진다. 2026년 1월 한 기고는 사별 뒤 6개월은 작별에 초점을 맞춰 제한적으로 쓰고, 6개월~2년에는 접속을 점차 줄이며, 2년 뒤에는 대화형 AI 대신 사진·기록 형태로 바꾸자고 제안했다(네이트 뉴스 기고). 법적 구속력은 없는 개인 제안이지만, 끝을 처음부터 설계에 넣자는 방향은 옳다. 아래는 이 글의 근거를 묶어 만든 점검표다.
| 점검 항목 | 확인할 것 | 근거 | 구분 |
|---|---|---|---|
| 생전 동의 | 고인이 살아 있을 때 재현에 동의했나, 거부 의사를 남겼나 | 중국 초안 동의 요건, 국내 사자 권리 논의 | PRISM AGENDA 제안 |
| 끝맺음 | 이용 기간·횟수에 끝이 있나, 종료 의식이 있나 | 케임브리지 '은퇴' 권고, 단계적 축소 제안 | PRISM AGENDA 제안 |
| 상업 차단 | 고인의 목소리로 광고·추가 결제를 권하지 않나 | 케임브리지 광고 시나리오 | PRISM AGENDA 제안 |
| 기억 표시 | AI가 지어낸 내용임을 대화 안에서 알려 주나 | 기억 혼합 연구, 사실 오류 실험 | PRISM AGENDA 제안 |
PRISM AGENDA의 시각
나는 그리프봇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하고 사람을 보낸 경험은 흔하고, 그 빈자리를 한 번 채워 주는 기술은 분명 쓸모가 있다. 콜로라도대 연구의 참가자가 찾던 종결감은 진짜였다고 본다. KAIST의 한 연구자는 부모의 1분 영상을 가족 모임에서 한 번 틀었고 "한 번으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이 기술의 올바른 쓰임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반대하는 것은 끝이 없는 그리프봇이다. 월 구독료를 받고, 기념일마다 먼저 연락하고, 대화할수록 고인이 더 다정해지는 서비스는 위로가 아니라 이별의 연기다. 그런 설계에서 회사의 이익과 유족의 회복은 반대 방향으로 간다. 유족이 덜 찾아올수록 회사는 손해를 본다. 이 구조를 시장의 자율에 맡길 수는 없다.
그래서 세 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생전 의사를 남길 길을 만들어야 한다. 유언이나 디지털 유산 정리에 'AI 재현 허용·거부' 항목을 두고, 거부한 사람은 재현할 수 없게 해야 한다. 둘째, 대화형 그리프봇에는 처음부터 끝이 있어야 한다. 기간이 끝나면 대화는 멈추고 기록과 영상만 남는 식이다. 셋째, 고인의 목소리로 하는 광고와 결제 권유는 전면 금지해야 한다. AI 상담·AI 치료 연구에서 보았듯 감정을 다루는 AI는 효과가 있을수록 오남용의 대가도 크다.
애도의 목적은 고인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고인 없이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AI가 그 배움을 도울 수는 있다. 대신 해 줄 수는 없다. 좋은 그리프봇은 마지막에 스스로 말을 멈추는 그리프봇이다.
다음 질문
- 장기 추적 연구가 나오면 그리프봇 이용자의 애도 기간은 짧아질까 길어질까. 대조군이 있는 연구가 공개되면 이 글의 근거를 갱신한다.
- 고인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을 복제한 AI, 예컨대 멀리 떨어진 부모의 'AI 분신'과의 대화는 관계를 넓히는가 대신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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