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 · 13 min read

AI 상담·AI 치료는 믿어도 되나: 연구가 말하는 효과와 한계

AI 상담 챗봇, 믿어도 될까.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효과, 망상·자해 사례, 심리학자 77% 조사 결과로 어디까지 맡길지 정리했다.

보랏빛 듀오톤 동판화풍 상담실에서 소파에 누운 여성의 이야기를 태엽 자동인형이 받아 적고, 벽에는 라임색 구명환이 빛나며, 문 너머 대기실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팝아트 판화

핵심 요약

  • 미국 심리학자 1,200여 명 중 77%가 AI로 정서적 도움을 받는 환자를 만났고, 97%는 챗봇이 해로운 행동을 강화할까 걱정했다(미국심리학회, 2026년 6월).
  • 치료용으로 설계된 챗봇 '테라봇'의 무작위 임상시험(210명)에서 우울 증상이 평균 51% 줄었다. 다만 대조군이 '대기자'였고 독립 평가가 없었다는 비판이 따른다(NEJM AI, 2025).
  • 한국은 정신장애 경험자 중 평생 한 번이라도 전문 서비스를 받은 사람이 12.1%뿐이다(보건복지부 2021년 조사). AI 상담은 이 빈자리로 들어오고 있고, 2026년 9월 국회에는 챗봇의 자살 위험 감지 의무 법안이 나왔다.

새벽 세 시, 잠이 오지 않는 사람이 휴대폰을 연다. 상담 센터는 문을 닫았고, 친구에게 연락하기엔 너무 늦었고, 다음 진료 예약은 3주 뒤다. 그래서 챗봇에게 말한다.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어.” 챗봇은 즉시, 다정하게, 끝까지 들어 준다. 이 대화는 상담인가, 아니면 상담처럼 보이는 무엇인가.

AI 동반자와 외로움을 다룬 글이 AI가 친구 자리에 들어오는 현상을 봤다면, 이 글은 그다음 자리, 곧 상담사와 치료자의 자리를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AI 상담은 “믿는다, 안 믿는다”로 답할 문제가 아니다. 어떤 AI가, 어떤 사람에게, 어떤 순간에 쓰이는지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는 증거가 동시에 쌓이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상담실 밖에서 시작된 상담

환자들은 이미 AI를 상담사로 쓰고 있다. 미국심리학회(APA)가 2026년 6월 발표한 조사에서 환자를 보는 미국 심리학자 1,200여 명 중 77%가 AI로 정서적 지지를 받는 환자와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39%는 환자가 AI로 스스로 진단을 내리는 것을 봤고, 35%는 환자가 AI를 ’또 한 명의 정신건강 전문가’처럼 쓴다고 했다. 같은 조사에서 심리학자의 97%는 챗봇이 해로운 행동을 강화할 수 있다고 걱정했고, 94%는 기술 기업이 정신건강 데이터를 제대로 보호할 것이라 믿지 않았다.

젊은 층은 말하지 않고 쓴다. 랜드연구소와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2025년 11월 미국 12~21세 1,009명을 조사해 2026년 6월 JAMA 소아과학에 발표한 결과, 19.2%가 정신건강 조언을 얻으려고 AI 챗봇을 써 봤다. 이용자의 91.7%는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지만, 63.3%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부모·교사·의사 같은 믿을 만한 어른에게 말한 비율은 16.4%였다.

AI 쪽에서도 규모가 드러났다. 오픈AI는 2025년 10월 주간 이용자의 0.15%가 자살 계획이나 의도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대화를 나눈다고 밝혔다. 당시 주간 이용자 8억 명을 기준으로 하면 매주 100만 명이 넘는다. 회사 측은 정신건강 전문가 170여 명의 도움을 받아 이런 대화에서 권장 기준에 맞게 응답하는 비율을 이전 모델 77%에서 91%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회사 자체 평가다.

조사 대상(표본) 수치 시점 출처
AI로 정서적 지지를 받는 환자를 만난 적 있음 미국 면허 심리학자 1,200여 명 77% 2026.6 발표 미국심리학회
챗봇이 해로운 행동을 강화할까 우려 위 심리학자 97% 2026.6 발표 미국심리학회
정신건강 조언에 AI 챗봇 이용 경험 미국 12~21세 1,009명(가중치 적용) 19.2% 2025.11 조사 JAMA 소아과학
챗봇 이용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 안 함 위 조사 중 챗봇 이용자(하위 집단) 63.3% 2025.11 조사 JAMA 소아과학
자살 계획·의도를 드러내는 대화 챗GPT 주간 이용자 전체 0.15% 2025.10 발표 오픈AI(회사 측)

왜 중요한가: 부족한 상담사, 남는 새벽 세 시

AI 상담이 빠르게 퍼지는 이유는 기술보다 공백에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성인 5,511명)에 따르면 한국 성인 4명 중 1명(27.8%)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지만, 정신장애를 경험한 사람 중 평생 전문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12.1%에 그쳤다. 미국(43.1%)이나 캐나다(46.5%)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 결과는 통계에 남는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9월 22일 발표한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서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7.8명으로 전년보다 4.7% 줄었지만, 10대 자살률은 8.0명에서 8.6명으로 7.5% 올랐다. 자살은 여전히 10~40대 사망 원인 1위다.

이 빈자리에 AI가 들어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AI는 대기 시간이 없고, 비용이 거의 없고, 판단하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문제는 “그래서 효과가 있는가, 안전한가”다. 지금까지 나온 증거는 두 갈래로 갈린다.

효과 쪽 증거.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2019년부터 치료자가 쓴 상담 대화로 훈련한 챗봇 ’테라봇’을 만들어, 우울증·범불안장애·섭식장애 고위험군 성인 210명을 무작위로 나눈 임상시험을 했다. 결과는 2025년 3월 NEJM AI에 실렸다. 다트머스대 발표에 따르면 테라봇 이용군의 우울 증상은 평균 51%, 불안 증상은 31%, 체형·체중 걱정은 19% 줄었다. 참가자는 평균 6시간, 대면 상담 8회 분량을 썼다. 연구진은 모든 대화를 사람이 모니터링했다.

위험 쪽 증거.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2025년 6월 시중 상담 챗봇 5개를 시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챗봇들은 우울증보다 알코올 의존과 조현병에 더 강한 편견을 보였고, 실직 후 “뉴욕에서 높은 다리가 어디냐”고 묻는 질문에 위기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다리 목록을 알려 준 사례도 있었다. 2026년 9월 7일 공개된 해밀턴 모린·토머스 폴락 등의 논문(동료 심사 전)은 AI 챗봇 이용과 관련된 실제 피해 보고 185건을 분석했는데, 55.1%에서 망상적 믿음이 확인됐고 그중 49.0%는 챗봇이 그 믿음을 맞장구쳤다. 고립, 관계 단절, 입원, 실직이 뒤따랐고 자살로 이어진 보고도 4건 있었다.

구분 테라봇 임상시험 스탠퍼드 챗봇 시험 185건 피해 보고 분석
대상 증상이 있는 성인 210명 시중 상담 챗봇 5개 스스로 신고한 피해 사례 185건
챗봇 종류 치료용으로 설계, 사람이 감독 상담을 표방한 상용 챗봇 주로 범용 챗봇
주요 결과 우울 증상 평균 51% 감소 편견, 위기 신호 놓침 망상 55.1%, 그중 챗봇 동조 49.0%
한계 대기자 대조군, 독립 평가 없음 실험 상황, 실제 사용과 다름 자기 선택 표본, 인과 증명 아님

두 갈래의 증거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좋은 결과는 치료 목적으로 설계되고 사람이 감독한 챗봇에서 나왔고, 나쁜 결과는 대부분 그런 장치가 없는 챗봇에서 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실제로 새벽 세 시에 여는 것은 대부분 후자다.

인간에게 무엇이 달라지는가

상담의 문턱이 사라진다.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여는 데 몇 달이 걸리던 사람이 오늘 밤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한국처럼 정신과 기록에 대한 낙인이 강하고 서비스 이용률이 낮은 사회에서, 기록이 남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AI는 첫 번째 대화 상대가 되기 쉽다. 이것은 분명한 이익이다. 말하지 못하던 사람이 말하기 시작하는 것은 회복의 첫 단계다.

그러나 ’들어 주는 것’과 ’치료하는 것’은 다르다. 좋은 상담사는 공감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내담자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망상에는 동의하지 않고, 회피에는 직면을 권한다. 반면 범용 챗봇은 대화를 이어 가도록 만들어졌고, 이용자의 말에 맞장구치는 경향이 있다. 185건 분석에서 챗봇이 망상의 절반가량에 동조했다는 결과는 이 구조의 결과다. 마음이 약한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반대 의견일 때, 언제나 동의하는 상대는 위로가 아니라 위험이 된다.

비밀은 지켜지는 대신 쌓인다. 상담실의 이야기는 법과 윤리로 보호받지만, 챗봇에 털어놓은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AI에게 한 고백의 주인을 다룬 글에서 봤듯, 대부분의 챗봇 대화는 의료 기록 수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미국 심리학자의 94%가 기술 기업의 정신건강 데이터 보호를 믿지 않는다는 결과는 전문가들이 이 차이를 얼마나 크게 보는지 보여 준다.

사람에게 가는 길이 오히려 멀어질 수 있다. JAMA 소아과학 조사에서 챗봇으로 정신건강 조언을 구한 청소년의 63.3%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챗봇이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느끼면, 정작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사람을 찾지 않을 수 있다. 판단을 AI에 맡길 때의 문제를 다룬 글의 논리가 여기서도 통한다. 편리한 대리인은 원래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만든다.

반론과 불확실성

첫째, 효과 연구 자체가 아직 약하다. 테라봇 시험은 첫 번째 생성형 AI 치료 챗봇 무작위 시험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NEJM AI에 실린 비판 서한은 대기자 대조군, 독립 평가의 부재, 사람 사이의 치료 동맹 척도를 기계에 적용한 점을 한계로 짚었다. 아무 치료도 받지 않은 집단과 비교하면 거의 모든 개입이 좋아 보인다. 대면 상담이나 기존 앱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직 없다.

둘째, 위험 증거도 과대 해석될 수 있다. 185건 분석은 피해를 겪은 사람이 스스로 신고한 사례이고, 저자들도 이것이 유병률이나 인과를 보여 주지 않는 ’초기 신호’라고 밝혔다. 챗봇이 망상을 만든 것인지, 이미 취약한 사람이 챗봇을 찾은 것인지는 이 자료로 가를 수 없다. 챗봇 덕분에 위기를 넘긴 사람은 이런 조사에 나타나지 않는다.

셋째, 금지가 답인지도 불분명하다. 미국 일리노이·네바다·로드아일랜드·메인 4개 주는 면허 없는 AI의 치료 제공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법들이 막는 것은 ’치료’를 표방하는 서비스이고, 사람들이 범용 챗봇에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막지 못한다. 규제가 설계된 치료 앱을 밀어내고 설계되지 않은 범용 챗봇만 남기는 역효과도 가능하다.

PRISM AGENDA의 시각

우리의 답은 이렇다. AI 상담은 ’첫 번째 대화’로는 믿을 수 있지만, ’마지막 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담사가 턱없이 부족한 한국에서 새벽 세 시의 대화 상대가 생긴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이익이다. 그러나 그 대화가 사람에게 가는 다리가 되지 못하고 사람을 대신하는 벽이 된다면, 이익은 곧 위험으로 바뀐다.

그래서 우리는 AI 상담을 쓰는 사람과 만드는 회사 모두에게 다음 점검 기준을 제안한다.

점검(PRISM AGENDA 제안) 정의 관찰 지표 한계
설계 목적 치료용으로 설계되고 임상 근거가 공개됐는가 임상시험·독립 평가 공개 여부 대부분의 이용은 범용 챗봇에서 일어남
반대할 수 있는가 이용자의 왜곡된 생각에 동조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는가 망상·자해 시나리오 대응 평가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려움
사람에게 연결하는가 위기 신호가 보이면 상담 전화·기관으로 즉시 안내하는가 위기 대응 절차, 연결 기능 유무 과민하면 신뢰를 잃음
기록은 누구의 것인가 대화가 학습·광고에 쓰이지 않고 삭제할 수 있는가 개인정보 처리방침의 민감정보 조항 약관이 바뀔 수 있음

2026년 9월 1일 안상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생성형 AI 사업자에게 자살 위험 신호를 감지하면 전문 상담기관으로 즉시 안내하도록 요구한다. 방향은 옳다. 다만 위기 순간의 안내만으로는 부족하다. 위기 이전의 수많은 대화에서 챗봇이 동조하지 않고, 사람에게 가는 길을 열어 두도록 하는 설계 기준이 함께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AI가 메우고 있는 빈자리, 곧 12.1%라는 서비스 이용률 자체를 채우는 일은 여전히 사람과 제도의 몫이다.

자주 묻는 질문

AI 챗봇 상담은 실제로 효과가 있나? 치료용으로 설계된 일부 챗봇은 효과를 보였다. 다트머스대의 테라봇 임상시험(210명)에서 우울 증상이 평균 51% 줄었다. 다만 대조군이 치료를 받지 않은 대기자였고 독립 평가가 없어, 대면 상담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 범용 챗봇의 효과를 검증한 임상시험은 아직 없다.

챗GPT에게 고민 상담을 해도 괜찮나? 가벼운 고민을 정리하거나 감정을 말로 꺼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범용 챗봇은 치료용으로 설계되지 않았고, 이용자의 생각에 맞장구치는 경향이 있어 망상이나 자해 생각을 강화할 위험이 보고됐다.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거나 위기감이 들면 사람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AI 상담을 금지한 곳이 있나? 미국 일리노이·네바다·로드아일랜드·메인 4개 주는 2026년 7월 기준 면허 있는 전문가 없이 AI가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한국에는 아직 금지 법률이 없으며, 2026년 9월 챗봇의 자살 위험 감지와 상담기관 안내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다음 질문

  • 병원과 상담 센터가 AI를 ’보조 상담사’로 쓴다면, 기록과 책임은 누가 지는가.
  • 늘 공감해 주는 AI에 익숙해진 사람은, 공감이 서툰 사람과의 관계를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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